교육방송 EBS의 유명한 다큐 중 하나인 ‘건축탐구-집’은 2019년에 처음 방송을 시작해 세 번째 시즌까지 이어지고 있는 장수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집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사람, 공간, 사회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끌어내고 있다. 프로그램에 나오는 집마다 건축주의 개성과 삶이 담겨 있다. 표준화된 ‘아파트 공화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저 집은 나중에 어떻게 팔지?”라는 걱정을 많이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서는 그 집을 그대로 보는 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아파트는 면적, 연식, 구조(판상형·타워형) 정도로만 구분돼서 거래되다 보니, 현장을 가서 보는 게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실제로 매도자 우위의 시장에서는 급한 마음에 집을 보지도 않고 계약금을 먼저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거주’보다는 ‘투자 자산’의 가치가 더 중요하게 여겨진 상황이다. 이런 거래가 많아질수록 의사결정에 필요한 시간도 짧아지고 시세 반영 속도는 더 빨라진다.
서울시가 12일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일부 해제한 직후 강남 3구 핵심 아파트 단지에서는 단기적인 호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수요자가 물밀듯 몰려드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송파구의 2월 3주차 주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며 잠실 엘리트(잠실엘스·리센츠·트리지움) 아파트는 30억 원(전용면적 84㎡)이라는 가격 기준선을 넘었다.
하루 아침에 집값이 2억 원, 3억 원씩 급등하는 시장은 정상적인 시장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번에 구입하지 않으면 앞으로는 절대로 상급지로 이동할 수 없다”는 두려움이 최근 시장을 지배하고 있고, 이러한 시장의 불안감이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즉 ‘소외 불안 증후군’이나 ‘고립 공포 증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트렌드 용어들은 주로 마케팅 영역에서 시작된다. FOMO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한정 판매’나 ‘매진 임박’이라는 문구를 사용해서 불안감과 공포감을 자극하는 홈쇼핑을 들 수 있다.
FOMO 현상을 심화시킨 주요 요인은 무엇일까? 우선 SNS 등 정보를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는 정보유통 속도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관련 소식을 듣지 못했더라면 몰랐을 사실들을 실시간으로 접하면서 이를 자신과 비교하게 되고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또한 다양한 채널을 통해 들어오는 소식들은 주로 성공 사례에 집중되기 때문에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할까?”라는 불안감이 증폭 되는것이다.
부동산 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부동산이라는 재화의 특성상 가격 진입장벽이 높지만 “나도 지금이라도 내 집을 마련해야 하는가?”라는 불안감은 ‘영끌’을 만들어내고, 여기서 나타나는 부동산 가격의 변동성은 ‘투자 실패’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조모(JOMO)는 무엇일까? JOMO는 'Joy of Missing Out'의 약자로, 어떤 일을 선택하지 않고 놓치는 것에서 오는 즐거움을 의미한다. 한편으로 ‘아웃사이더’라는 말이 비슷할 수도 있다. 최근 MZ세대가 ‘칠(Chill)’하다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이는 여유롭고 차분하며 외부 요인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런 용어들이 유행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외부에서 오는 영향보다는 자신의 내면에서 삶의 만족을 찾으려는 경향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JOMO라는 단어를 들으면 ‘건축탐구-집’의 건축주들이 떠오른다. 주변에서 무엇이라고 해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뜻을 가지고 꾸준히 나아가는 사람들. 진정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FOMO가 아닌 JOMO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강남 신축 아파트 매수 후기보다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개성에 맞춘 집들이 더 ‘Chill 해 보이는’ 시대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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