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평가받은 ‘수염 금지령’을 49년 만에 철폐했다. 실제 박찬호도 2010년 양키스에 입단하면서 수염을 정리한 바 있다.
할 스타인브레너 양키스 공동 구단주는 22일(한국시간) 성명을 통해 ‘잘 정돈된’ 수염을 기르는 것을 즉시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양키스 선수와 지도자, 직원은 수염을 기를 수 있게 됐다.
양키스는 용모 관리 규정이 매우 엄격한 구단으로 유명하다. 선대 구단주인 조지 스타인브레너가 1973년 양키스를 인수한 뒤 1976년 머리와 수염을 기르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깔끔한 콧수염’만이 허용됐다.
이 엄격한 규정은 양키스를 상징하는 전통인 동시에 스타플레이어 영입에는 걸림돌이 됐다.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던 브라이언 윌슨은 2013년 “수염을 깎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양키스와의 협상이 결렬됐다. 사이영상을 수상한 데이비드 프라이스 역시 수염 금지 원칙 때문에 양키스와 협상을 거부했다.
이에 양키스는 수염 금지 원칙이 구단에 끼치는 손해가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월드시리즈 최다 27회 우승에 빛나는 ‘명가’ 양키스는 2009년을 끝으로 한 번도 월드시리즈 정상에 서지 못했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았으나 오타니 쇼헤이를 앞세운 LA 다저스에 1승 4패로 밀려 우승컵을 놓쳤다.
2010년 타계한 조지 스타인브레너에 이어 양키스 구단주가 된 아들은 한 번도 우승을 이루지 못했다. 스타인브레너 구단주는 “이 나라의 20~40대 남성은 대부분 수염을 기르고 수염은 그들에게 ‘페르소나’와 같다”며 “난 평생 수염을 기른 적이 없지만 수염이 남성들에게 중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몇 주 동안 전·현직 양키스 선수들과 논의했다는 그는 “군에 계셨던 아버지는 팀이 규율 있게 보여야 한다고 믿었지만 이 규정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며 “만약 우리가 원하는 선수를 영입해 팀을 더 강하게 만들고 우승까지 노릴 수 있는 기회도 있었는데 선수가 이 정책 때문에 이적을 거부한 일이 있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수염과 장발을 금지하는 구단은 또 있다. 일본프로야구(NPB)의 명문 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다.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NPB에서도 가장 보수적이고 전통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대 한국프로야구(KBO)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꼽히는 에릭 테임즈도 이러한 규정을 피할 수 없었다. 테임즈는 KBO에서 메이저리그로 복귀한 뒤 2021년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입단할 당시 트레이드마크인 수염을 모두 잘라야 했다.
이러한 규정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구단 특유의 전통, 혹은 품위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꼰대 문화’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양키스는 더구나 선수 영입에 걸림돌이 된다면 규정 폐지의 실익이 더 크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양키스 선수들은 구단의 용모 관리 규정 완화를 반겼다. 에이스 게릿 콜은 “합리적 결정”이라며 “우리는 계속 단정한 모습을 유지하면서도 개인의 자유를 지킬 수 있게 됐고 면도하다가 다칠 위험도 피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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