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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불신과 '심리적 분단' [동십자각]

박경훈 디지털편집부 차장

15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경찰 버스로 만든 차벽을 사이에 두고 아래쪽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 위쪽에서는 반대하는 집회가 각각 열리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절차는 위법했지만 법률은 유효하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앞세워 강행 처리했던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일명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관련 권한쟁의 심판에서 2023년 3월 23일 헌법재판소는 이 같은 취지로 선고해 논란이 됐다. 해당 입법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으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국회의장의 법률 가결 선포 행위는 무효가 아니라는 판결이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다시 관심의 중심에 섰다. 인용이든 기각이든 적지 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탄핵 찬반 진영 간 격렬한 대립뿐만 아니라 헌재를 포함한 사법부에 대한 예전 같지 않은 시각 때문이다.

사법부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훼손된 것은 상당 기간 누적된 경험의 결과다. 민주화 이후 법치주의를 지킨 사법부의 역할이 컸지만 흉악범에 대한 ‘솜방망이 판결’, 판사에 따라 제각각인 ‘고무줄 판결’ 같은 문제도 있었다. 2년 전 헌재의 ‘검수완박법’ 판결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헌재의 정치적 편향성, 불공정성에 대한 비판이 일부 세력들의 지지를 얻는 이유다.

한국갤럽이 이달 11~13일 전국 성인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응답률 16.1%)에서 헌재에 대해 ‘신뢰한다’는 응답률은 52%, ‘신뢰하지 않는다’는 40%로 나타났다. 세계 주요 선진국들이 가입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2023년 10~12월 실시한 공공기관 신뢰도 설문 조사에서도 우리나라의 법원·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는 33%로 OECD 평균인 54%보다 크게 뒤처졌다.



인류 역사에서 자유주의의 승리를 선언한 1989년의 저서 ‘역사의 종말’로 유명한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1995년의 다른 저서 ‘트러스트’에서 “사회적 자본은 신뢰와 협력의 문화를 통해 형성되며, 이는 경제적 성과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신뢰가 높은 사회에서는 원활한 협력이 이뤄져 장기적인 투자와 혁신이 촉진돼 경제적 성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에서는 많은 정치적 갈등이 법원에 맡겨졌지만 헌재를 포함한 사법부조차 예전과 같은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지 못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결국 탄핵 심판과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 및 구속 등 법적 절차에 대한 갈등과 논란은 해소되지 않고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특정한 목적 달성을 위해 사법부의 신뢰를 의도적으로 흔드는 것이 일차적인 문제라 할지라도 결국 그러한 빌미조차 주지 말아야 하는 것 역시 사법부의 몫이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지키는 보루인 사법부가 흔들리면 사회의 안정은 물론 경제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다. ‘심리적 분단’에 이르렀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최근의 갈등과 논란을 사법부가 다시 한번 곱씹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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