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거래 허가 구역 해제 이후 서울 강남의 '국민 주택형' 아파트가 40억 원에 계약되는 등 강남3구 아파트값이 급등 조짐을 보인다. 시장에서는 단기 과열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이 같은 상승세가 전체 시장으로 확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23일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21일 기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토지 거래 허가 구역이 해제된 12일부터 20일까지 강남3구(서초·송파·강남)의 아파트 평균 거래 가격은 24억 5139만 원으로 해제 전인 1~11일(22억 6969만 원)보다 8.0% 올랐다.
같은 기간 강남3구를 제외한 나머지 22개 구의 평균 거래 가격은 9억 1859만원으로 2.6%(2462만원) 하락했다. 서울 전체 평균 거래가는 11억 1828만 원으로 1.6%(1773만원) 떨어졌다. 이달 1~20일 기준으로 보면 강남3구 평균 거래 가격(23억 1119만 원)은 전월 동기(22억 6472만 원) 대비 2.1% 상승했다. 같은 기간 나머지 22개 자치구의 평균 거래가(9억 3702만 원)는 6.2%, 서울 전체 아파트 평균 거래가(11억 3161만 원)는 8.2% 각각 내렸다.
대출 규제와 정국 불안정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에는 한파가 덮쳤지만 강남3구는 토지 거래 허가 구역 해제 후 기름을 들이부은 듯 거래가가 오르고 있다. 해제 이전에도 상승세를 보이긴 했지만 12일을 기점으로 동반 하락 지역은 물론 동반 상승하던 지역과도 격차를 벌렸다.
강남3구와 나머지 자치구 22개의 가격 차를 보면 이달 1~11일 평균 13억 2648만 원이던 격차는 12~20일 15억 3280만 원으로 15.6%(2억 632만 원) 확대됐다. 이런 현상은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집값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달 셋째 주 기준으로 아파트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송파(0.22%포인트), 강남(0.19%포인트), 서초(0.07%포인트)로 집계됐다. 이들 지역은 동반 상승세를 타던 마포(0.0%포인트), 광진(0.04%포인트) 등과도 상승 폭에서 차이를 벌렸다.
반면 동대문(-0.05%), 노원·도봉(각각 -0.04%), 금천·구로(각각 -0.01%) 등은 더 하락했다. 실제 거래를 살펴보면 송파구의 경우 1만 가구 안팎이 몰려 있어 대표 단지로 불리는 '엘리트'(잠실엘스, 리센츠, 트리지움)를 중심으로 호가가 치솟고 있다. '국민주택형'이라 불리는 84㎡ 타입 기준으로 트리지움은 지난 17일 26억 원에 계약이 체결돼 지난 6일(24억 8000만 원)보다 1억 2000만 원 올랐다. 리센츠는 8일 27억 원에 계약됐으나 14일에는 5000만 원 오른 27억 5000만 원에 가격을 형성했다. 강남구도 지난해 12월 35억 5000만 원에 매매가 성사된 래미안대치팰리스가 이달 13일에 4억 5000만 원 뛴 40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부동산 업계는 당분간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강남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토지 거래 허가제로 묶였던 잠실은 저가 매물이 다 소진됐고 지금은 송파에서 집을 판 사람들이 강남, 서초로 넘어오고 있다”면서 “반포, 압구정은 거래될 때마다 신고가가 나오고 있어서 사려는 사람 중 집도 안 보고 일단 계약금부터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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