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중국 대표 거대 기술 기업(빅테크)의 주가가 무섭게 고공 행진 중이다. 중국의 생성형 인공지능(AI)인 딥시크 출시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린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7일 민영 기업 간단회를 열고 빅테크 수장들에게 손길을 내민 것이 변곡점이 됐다는 평가다.
23일(현지 시간) 중국 관영 매체 차이나데일리는 지난해 미 증시 호황을 이끌었던 미 대표 기술주 7곳을 뜻하는 ‘매그니피센트7(M7)’을 언급하며 중국의 대표 기술주들이 올해 중국 증시를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이터 등 외신은 중국의 10대 기술주를 일컬어 ‘테리픽10(Terrific 10, T10)’이라는 신조어까지 내놓았다. 이들은 알리바바·텐센트·BYD·샤오미·메이투안·SMIC·지리차·바이두·넷이즈·징동닷컴 등이다. 실제로 중국 우량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는 21일 4.14% 급등하며 8666.72로 마감했다. 이 같은 상승세는 중국의 10대 기술주들이 이끌고 있다. 이날 알리바바그룹홀딩스(14.56%), 텐센트홀딩스(6.20%), 샤오미(5.19%), 징둥(5.14%) 등 빅테크의 주가가 일제히 폭등했다. 알리바바의 올해 주가 상승률은 약 70%에 달한다. BYD와 샤오미도 각각 40~50%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중국의 나스닥이라고 불리는 항셍테크지수는 이날에만 6.53% 뛰면서 2022년 초 이후 3년 만에 최고치인 5859.30으로 마감했다. 항셍테크지수는 올해 들어 30%나 상승했다. 반면 지난해 폭등 랠리를 펼쳤던 미국 나스닥은 올해 누적 상승률이 1% 내외에 그쳤다.
중국 빅테크들의 주가가 급등한 것은 딥시크 열풍이 불면서 투자자들이 중국 기업들의 AI 경쟁력을 재평가하고 있어서다. 또 중국의 빅테크 규제가 해제되면 AI 산업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기대도 반영됐다. 특히 시 주석이 5년 전 중국 당국의 고강도 규제 대상에 오른 뒤 은둔 생활을 해온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와 악수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중국 당국의 친(親)빅테크 행보가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겼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증시에 부정적이던 월가 투자은행들도 중국 증시 전망치를 수정하며 낙관론을 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20일 중국 주식에 대한 하락 전망을 철회하고 홍콩H지수 목표를 기존 6970에서 8600으로 23% 높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