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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미·러 新밀월과 김정은의 잠 못 드는 밤

■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트럼프, 러 영토침탈 두둔하면서

김정은 '무력 침공' 선례될수도

북중러 신냉전 구축 전략 실패땐

우크라 전쟁 참여 패착으로 귀결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매드맨’ 전략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적과 아군을 구분하지 않고 취임 첫날부터 행정명령과 발언 등을 통해 오롯이 ‘미국 우선’만 외치고 있다. 역사적으로 영국에 버금가는 최애 동맹국인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라고 비하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는 “그가 나를 그리워할 것”이라며 구애한다.

핵을 보유한 유엔 상임이사국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인접 비핵 국가인 우크라이나 영토 침탈을 위해 시작한 전쟁에 대해서도 트럼프는 13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때문에 전쟁이 났다”면서 러시아 편을 들고 나섰다. 학계와 정책 영역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러·우 전쟁) 원인에 대해 일부 논란이 있지만 군사력을 동원해 국경을 넘고 주권국가 영토를 먼저 전면 공격한 것은 러시아다. 만약 러시아의 행동이 정당하다면 모든 침략 행위에는 다 이유가 있으므로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한국 침공도 정당화될 수 있다. 최근 미 국무부는 아예 러·우 전쟁이라는 표현 대신 “우크라이나에서의 갈등”으로 바꿔 쓰고 있다.

아직 초입이므로 러·우 전쟁 종전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 정확히 예상하기 어렵지만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현 전선 상태를 인정하는 ‘동결 분쟁’은 이미 지난해 미국 대선전에서 J 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가 밝힌 바 있다. 사실상 우크라이나 영토의 5분의 1 이상을 침탈한 러시아에 권리를 주는 형태다. 여기에 반해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을 위한 나토 가입은 절대 불가하고 완충 지역을 만들어 유럽 국가가 군대를 파견해 지키라 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도록 위성으로 인터넷을 제공해 전쟁 수행을 가능하게 한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도 끊겠다고 위협한다. 더불어 미국이 사용한 전쟁 비용으로 우크라이나에 매장된 광물 자원의 지분 50%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런 형식의 종전이 성사된다면 러시아는 승리하고 우크라이나는 패전하게 된다.



현 상황을 바라보는 김정은의 심경은 복잡할 것이다. 핵을 가진 국가가 무력을 사용해 영토를 침탈한 것을 보고 일면 고무될 수 있다. 북한은 2023년 12월 8기 9차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한국을 상대로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포한 후 지난해 2월 8일 김정은의 연설을 통해 “유사시 (한국의) 영토를 점령, 평정하는” 것을 국시로 삼은 바 있다. 이른바 ‘령토완정’으로 무력을 사용해 한국을 점령하겠다는 목표인데, 러시아의 성공을 선례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착잡함이 더 클 것이다. 북한은 러시아에 모든 것을 걸어왔다. 지난해 6월 사실상 동맹 조약인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협정’을 부활시킨 이래 러시아에 병력과 무기를 지원했다. 21일에도 노광철 국방상은 북한과 러시아 관계를 “불패의 전우 관계로 승화 발전되었다”고 선포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러·우 전쟁 협상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보이는 태도는 북한을 불안하게 한다. 러시아를 다시금 주요 8개국(G8) 회원국으로 초청하기 원한다는 발언을 포함해 트럼프가 러시아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은 북한과 러시아 관계의 지속성에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미국과 러시아가 가까워질수록 러시아는 미국을 향해 ‘최강경 대응’을 외치는 북한과 거리를 두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7일 키스 켈로그 미 대통령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는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북한·이란·중국과의 관계를 언급하고 ‘글로벌 현안’이 거론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의 파병군 철수와 대러 무기 지원 등의 중단이 논의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 과정이 순탄하지 않으면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는 경색될 수 있고 향후 지금과 같은 협력을 유지하기 힘들다. 북한이 피를 흘리면서까지 자신의 편으로 ‘결박’하려던 러시아는 ‘포박’을 풀고 유유히 떠나갈 수 있다. 북한·중국·러시아를 묶어 신냉전 진영을 구축하려던 김정은의 꿈도 멀어진다.

북한이 러·우 전쟁에 참여한 것은 결국 패착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로부터 지원받은 현금·식량·비료·연료 등은 병든 북한에 단기 처방이 될 수 있었지만 북한은 다시금 홀로 남겨질 수 있다. 여전히 긴 막바지 겨울밤에 김정은의 고민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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