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하마스와 휴전 당시 합의된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을 전격 연기했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전날 석방할 예정이었던 팔레스타인 수감자 620명의 석방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석방 연기의 이유는 하마스 때문이라는 게 총리실의 설명이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인질 석방 전 존엄을 모욕하고 선전 행사에 동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총리실은 "인질에게 수모를 주는 의식 없이 송환이 진행되고 다른 인질의 석방이 보장될 때까지 팔레스타인 인질 석방은 연기한다"고 밝혔다. 하마스 정치국 관리 바셈 나임은 이날 성명에서 "휴전 합의에 따른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을 연기함으로써 적(이스라엘) 정부는 전체 합의를 심각한 위험에 노출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재국, 특히 미국에 "네타냐후와 그의 정부가 합의를 그대로 이행하고 우리 수감자를 즉각 석방하도록 압력을 가해달라"고 촉구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전날 하마스는 이스라엘 인질 6명을 석방했다. 이 과정에서 복면을 한 채 무장한 하마스 대원들은 이스라엘 인질들을 군중 앞에 세웠다. 한 인질은 하마스 대원들의 머리에 입을 맞추고 군중을 향해 웃으면서 손을 흔들기도 했다. 이 같은 행동은 하마스의 강요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하마스의 행위는 이스라엘 여론을 자극했다. 앞서 하마스는 지난 8일 이스라엘 인질 3명을 석방하는 과정에서 이들을 차량에 태워 가자지구를 돌게 한 뒤 야외에 마련된 무대 위에 세웠다. 이어 인질들은 '석방증명서'를 들고 감사연설을 강요받았다. 또한 최근에는 신원불명의 유체를 인질의 시신으로 속여 이스라엘에 보냈다가 유전자 검사 결과 팔레스타인 여성의 시신으로 확인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가 잔혹하고 악의적으로 휴전 협정을 위반했다"며 보복방침을 밝혔지만, 하마스는 단순 실수라고 항변하다 나중에 진짜 시신을 돌려줬다.
지난달 도출된 휴전 협정에 따르면 하마스와 이스라엘은 1단계로 6주간 교전을 멈추고 인질과 수감자를 교환하면서 이스라엘 군인 석방과 영구 휴전 등 2·3단계 휴전 논의를 시작한다. 그러나 인질 석방 과정에서부터 양측의 갈등이 증폭됨에 따라 향후 휴전 지속 여부도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다.
하마스는 다음 주에 4구의 시신을 추가로 인도할 예정이다. 현재 60명 이상의 이스라엘 인질이 억류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하마스는 영구적인 휴전과 이스라엘군의 완전한 철수를 인질 석방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의 군사적·정치적 기반을 완전히 제거하고 모든 인질을 되찾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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