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은 정맥주사(IV) 투약을 위해 휴가나 병가를 써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램시마 피하주사(SC) 덕분에 더 많은 자유를 얻게 됐습니다.”
19~2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크론병 및 대장염 학회(ECCO)’에서 줄리아 허스만 독일 카를 쿠스타프 카루스 대학병원 교수는 램시마SC로 유지 치료를 진행한 염증성 대장염(IBD) 환자들의 반응을 이렇게 소개했다. 램시마SC는 IBD 1차 치료에 주로 쓰이는 인플릭시맙을 세계 유일 피하주사 제형으로 개발한 치료제다. 기존 정맥주사(IV)와 달리, 병원 방문 없이 집에서도 피부에 직접 투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IBD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설사·복통·구토·혈변 등을 일으키는 소화기 질환으로, 15~30세에 발병해 환자들의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킨다. 완치가 어려워 평생 약물 치료에 의존해야 한다. 의사들이 IBD 유지 치료 연구에 특히 관심을 두는 이유다. 이번 ECCO에서 글로벌 제약사들은 장기 투여 연구 결과를 앞다퉈 발표했다.
그 중에서도 셀트리온(068270)의 램시마SC 유지 치료가 큰 관심을 받았다. 8000여명의 방문객과 200명의 IBD 의료진이 셀트리온을 찾았다. 프레드릭 콜롬벨 뉴욕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대 교수의 램시마SC 유지 치료에 대한 구두 발표에는 1000명이 넘는 전문가들이 모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램시마SC를 54주간 유지했을 때 내시경 검사에서 염증 개선율과 정상화율은 각각 43.9%와 32.7%로 위약 유지군(22.2%, 11.1%)에 비해 크게 높았다.
램시마SC 용량을 증량하면 치료 반응을 회복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램시마SC에 치료 반응이 사라진 환자의 투약량을 기존 120㎎에서 240㎎으로 늘린 결과, 3분의 2가 8주차부터 반응을 회복했다. 기존 치료제가 잘 듣지 않는 장 내 부위에 질병이 있는 중등도~중증 크론병 환자에서도 치료 효과가 나타났다. 54주 동안 램시마SC 유지 치료를 받은 환자는 장 내 모든 위치에서 유의미하게 증상이 사라지는 임상적 관해를 달성했다. 이영남 글로벌의학본부 담당장은 “램시마SC는 증량했더니 다시 반응이 나타나 지속적인 치료가 가능해졌다”며 “크론병 치료가 어려운 회장 부위에도 효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램시마SC 유지 치료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램시마SC를 투약한 프랑스 국민건강보험 가입자 1만 2601명을 분석한 결과, 램시마SC로 치료를 시작한 궤양성 대장염 환자의 6개월 지속률은 80%, IV에서 SC로 전환한 환자는 90%였다. 크론병 환자도 각각 84%, 90%의 지속률을 보였다.
ECCO에서 관심은 시장에서 증명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램시마SC는 지난해 3분기 기준 독일·스페인·영국·이탈리아·프랑스 등 유럽 주요 5개국에서 출시 5년 만에 점유율 25%를 달성했다. IV 제형과 더하면 점유율은 79%에 달한다.
램시마SC의 유럽 성공은 미국에서 신약으로 허가받은 짐펜트라(램시마SC 미국명)로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3월 미국에 출시된 짐펜트라는 미국 보험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3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와 계약을 체결하며 처방 확대의 기반을 마련했다. 김형기 셀트리온 부회장은 “램시마IV에서 SC로 전환해 유지 치료를 진행하는 전략이 유럽 시장 성공을 이끌었다”며 “미국 내 인플렉트라(램시마IV 미국명)도 안정적인 시장을 확보한 만큼, 짐펜트라 역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방침에도 의약품 공급 및 판매는 차질이 없다는 입장이다. 셀트리온은 미국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재고 9개월분을 확보했으며, 관세 부담이 낮은 원료의약품(DS)을 미국으로 반입한 후 현지에서 완제의약품(DP)을 생산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장기적으로는 DS 생산까지 가능한 현지 생산시설 확보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향후 보호무역 리스크에 근본 대책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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