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한다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의사가 있다고 전격 선언했다.
로이터, AFP 통신 보도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온다면, 내가 정말 이 자리에서 떠나기를 바란다면 나는 준비돼 있다"며 "조건이 즉시 제공된다면 나토와 그것(대통령직)을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를 배제하고 미국과 러시아가 시작한 종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최대 쟁점이다.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종전의 조건으로 상반된 내용을 제시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이번 전쟁과 같은 러시아의 군사적 공격에 나토 회원국들이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게 돼 우크라이나는 확실한 안보 대책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와 협상을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부정적인 데다 젤렌스키 대통령을 "선거를 치르지 않은 독재자"라고까지 부르면서 종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의 입지는 매우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진짜 독재자였다면 기분이 상했겠지만 나는 독재자가 아니다. 합법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라며 괘념치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단순한 중재자 이상의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그것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입장을 이해하기를 바란다면서 러시아로부터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안보를 보장해 달라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광물 협상에 대해서는 "진전을 이루고 있다"며 이날도 양국 당국자들이 연락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등 지원의 대가로 희토류 개발 지분을 요구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는 자국 안보 보장을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광물 협상에서 지난 3년 간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원조의 대가로 5000억 달러(약 719조 2500억 원) 상당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우크라이나가 빚을 졌다는 생각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채무자로 만드는 어떤 형식도 최종 합의에 없을 것이라며 "오늘 저녁부터 5000억 달러 문제는 더이상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협상이 합의에 근접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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