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 시간) 치러진 독일 연방의회 총선에서 극우 독일을위한대안(AfD)이 제2당 자리에 오르면서 난민 흉악 범죄와 이에 따른 독일 내 반(反)이민 정서가 표심으로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AfD는 ‘난민 재이주’를 공식 구호로 내걸어 20.8%의 득표율을 획득하며 원내 제2당에 올랐다. 2021년 9월 총선 당시 얻은 득표율(10.4%)을 훌쩍 뛰어넘은 것은 물론 지금까지 독일 극우 정당이 거둔 가장 큰 성과다.
유럽 전반에 부는 극우 열풍 속에 세를 불려온 AfD는 총선을 앞두고 잇따라 터진 이민자 범죄와 이에 대한 독일 국민들의 반감을 적극 공략했다. 지난해 말 동부 마그데부르크의 크리스마스마켓 차량 돌진 사건, 지난달 남부 아샤펜부르크에서의 칼부림 사건 등 이민자 출신의 범행으로 사상자가 잇따랐으며 이달 13일에는 각국 안보 수장들이 모이는 뮌헨안보회의 행사장 인근에서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이 차량 돌진 테러를 벌여 사상자가 발생했다.
AfD는 이와 관련해 국경 완전 폐쇄를 주장하는 한편 망명 절차를 더 까다롭게 바꾸고 유럽연합(EU)의 난민 협정을 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독일에서 추방된 자국민을 거부하는 나라에는 경제제재와 함께 개발 지원을 끊겠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AfD의 공동대표이자 총리 후보인 알리스 바이델은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역사적 성공”이라고 자평하며 1당에 오른 기독민주당(CDU)에 협력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번 총선에서 28.6%의 득표율로 1당이 된 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은 중도 보수 성향이지만 난민 정책에서는 AfD와 마찬가지로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민당 대표는 지난달 AfD의 찬성표를 합쳐 난민 정책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등 강경한 보수 정책을 밀어붙이기도 했다. 그는 극우 정당과 협력하지 않는다는 정치권의 금기를 깬 데 대해 “이 문제(난민)에 있어서는 앞만 본다”며 앞으로도 AfD와 난민 정책에서 협력할 가능성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도 AfD의 약진에 힘을 보탰다. 머스크는 독일 선거 기간 중 “AfD만이 독일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정당”이라며 공개 지지를 선언해 독일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켰다.
우파 정당의 약진과 달리 중도 좌파 정당인 집권 사회민주당(SPD)은 16.4%의 득표율로 3위에 머물며 사상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올라프 숄츠 사민당 대표는 “쓰라린 결과이자 패배”라면서도 “(극우 세력의 힘이 커진 것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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