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석 티켓팅도 아니고, 좌석 티켓팅을 위한 ‘시즌권 티켓팅’을 또 해야 한다는 게 말이 되나요?”
3월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각 구단이 유료 시즌권·멤버십 판매에 돌입한 가운데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과도한 ‘급 나누기’에 대한 야구팬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구단이 일반 예매보다 며칠~몇 시간 일찍 좌석을 구매할 수 있는 선예매 제도를 한 시간 단위까지 세부적으로 나누자 “사실상 돈 많은 사람만 야구를 보라는 것”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서울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KT 위즈는 올해 처음으로 ‘선선선예매’를 도입했다. 멤버십 가입자 가운데 상위 등급 가입자가 낮은 등급보다 1시간 일찍 예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통상 구단으로부터 시즌권(1년 내내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제도)을 구입하거나 멤버십을 가입한 경우 일반 예매자보다 일찍 표를 살 수 있는데, 등급에 따른 티켓팅 시작 가능 시간을 재차 ‘나노 단위’로 나눈 것이다. SSG 랜더스 역시 멤버십 중 가장 비싼 ‘프론티어’ 구매자에게 다른 유료 등급보다 1시간 빠른 예매 혜택을 준다고 발표했다가 팬들의 뭇매를 맞고 하루 만에 철회했다.
지난해 기준 10개 KBO 구단 중 ‘선예매’ 혜택을 부여한 구단은 10개 구단 전부다. 이 가운데 ‘선선예매’까지 부여한 곳은 5곳이다. 전체 구단이 이미 예매에 차등 순서를 부여했는데 급 나누기 움직임이 더욱 강화된 것이다. 이 같은 ‘선예매권 남발’의 후폭풍은 일반 예매자가 맞는다. 뒤늦게 예매를 시도하면 남은 좌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삼성 라이온즈’의 팬 정서윤(24) 씨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응원하는 재미가 있는데 (차등 예매 제도가) 소수의 ‘고인물’ 팬들만 경기를 관람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 불만”이라고 말했다. 삼성 라이온즈는 올해 시즌권 판매 수량이 지난해보다 400석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불만에도 프로야구의 인기가 최근 폭등한 탓에 시즌권 구매 및 멤버십 가입을 위한 ‘대리 티켓팅’까지 성행 중이다. 팔로워 2만 명대의 한 대리 티켓팅 업체는 취재진에 “올해 시즌은 조기 마감됐다”며 “지난해보다 올해 초 관련 문의가 증가했다”고 전했다.
구단 측은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경영 방침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작년 KBO리그가 1000만 관중을 달성한 뒤 구단 입장에선 인기를 계속 이어가기 위한 방안으로 로열티 있는 관중을 모으기 위한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전 구단이 올해부터 혜택을 추가하고 가격을 올리는 등 시즌권·멤버십을 강화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구단 측에서도) 암표 등 불법적인 행위에 대한 팬들의 불만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 경찰 및 티켓 판매처와 함께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과도한 급 나누기가 암표 거래를 부추기는 것은 물론 노인 등 디지털 취약 계층을 소외시킨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시장 논리가 강화될수록 분명히 스포츠를 향유하지 못하고 소외되는 계층이 생긴다”면서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들의 소비 권리를 제한하면 장기적으로는 구단·기업 입장에서도 손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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