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등 수급 규모를 추계하고 내년도 의대 정원 등을 논의하기 위한 보건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설치 법안의 2월 국회 처리가 사실상 무산되는 분위기다. 위원회의 위상과 위원 구성, 의결권 부여 여부, 내년도 의대 정원 결정 등 각 쟁점마다 정부와 국회가 의료계는 물론 환자 단체 등과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 탓이다. 당초 정부와 국회는 개정안을 이달 중 처리하고 늦어도 4월까지 내년도 의대 정원을 조정하려고 했지만 어렵게 됐다.
25일 국회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이날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어 수급추계위 관련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취소했다. 전날 보건의료인력지원법·보건의료기본법 등 수급추계위 설치 관련 법 개정안에 대해 환자 단체 및 의료계와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초 이날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27일 법제사법위원회, 28일 본회의에서 처리가 가능했지만 현재로서는 물리적 시간이 촉박하다. 복지위 법안1소위와 전체회의 개최 시점도 아직 정하지 못한 상태다. 복지위 관계자는 “급하게 하기보다 조금 느리더라도 신중하고 잘 만들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부는 관련 법안에 수급추계위를 복지부 장관 직속으로 두고 위원을 구성할 때 의료계 추천 인원을 과반으로 두는 방안을 포함시켰다. 또 수급추계위에서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정하지 못해 대학별 자율로 정할 때 총장이 의대 학장과 협의한다는 부칙도 넣기로 했다. 하지만 의료계가 의대 정원 확정 방식에 강력 반대했다. 대학 총장이 의대 정원을 결정하면 기존 증원 규모를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아울러 수급추계위가 최종적 의사 결정 권한을 지닌 독립적 민간 기구여야 한다는 기존 주장도 굽히지 않았다. 반면 환자 단체는 수급추계위의 역할이 심의·자문에 한정돼야 하고 의료계 추천 인사로 수급추계위 과반을 구성하는 데도 반대하고 있다.
내년도 의대 정원은 5월 대학별 신입생 모집요강을 발표하기 전인 4월 말까지는 확정돼야 한다. 하지만 수급추계위 관련 법안 통과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앞으로 흐름도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수급추계위 혹은 대학별 자율 결정이 최종 무산될 경우 내년도 의대 정원도 올해와 같이 2023년 대비 2000명 증원이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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