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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수요일] 딱딱한 봄

이국형





부고 몇 개가 봄보다 먼저 왔다

싸락눈 떨어지는 거리에서 좌판을 지키던 여자가 영정에 갇혔다

여자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스냅 사진 속 여자의 노란색 원피스가 하얗게 바래가는 동안 노점 뒤편 간판이 부동산에서 옷가게로, 통닭, 커피, 피자를 거쳐 다시 부동산으로 바뀌어왔다

마른 호박고지를 잔털 숭숭한 냉이로 바꾸어 놓고 봄을 당기던 여자는 황사 속으로 스몄다



주인 잃은 파라솔이 찢어진 귀를 흔들며 가로수의 조문을 받았다

어린 쑥 한 줌 내어놓던 여자의 봄이 맥없이 풀리고 있다

화사한 봄 마중 가셨을 것이다. 좌판만 지키기에는 설레어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생계가 급해도 번번이 앉아서 맞을 수 없었을 것이다. 싸락눈 떨어질 때 남도로 달려갔을 것이다. 모두가 울먹이는데 환하게 웃고 있지 않은가? 빛바랜 노란색 원피스 대신 샛노란 개나리로 돌아올 것이다. 상가 부동산이 돌고 돌아 다시 부동산이 되었듯이.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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