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독일 총선 출구조사에서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2위를 기록한 뒤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가 던진 일성은 ‘기독민주당(CDU)과의 연정’이었다. 주요 정당들이 ‘극우 방화벽’을 치고 있기 때문에 AfD의 연정 참여는 어렵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선전한 AfD는 계속 정치적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AfD를 상징하는 여성 지도자인 바이델은 1979년 독일 서부 귀터슬로에서 태어나 가톨릭 중산층 집안에서 성장했다. 그는 바이로이트대에서 경영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뒤 골드만삭스와 크레디트스위스·알리안츠 등에서 일했다. 이후 중국은행(BOC)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 연금 시스템을 연구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박사 과정 재학 중 AfD를 지지하는 페터 오베렌더 교수와 만나 AfD에 입당했다.
2013년 경제학자들이 창당한 AfD는 독일이 재정 위기를 겪는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을 지원하는 것을 반대했다. 그 뒤 중동 난민 이슈로 반이민 강경파가 당을 장악하며 AfD는 극우 정당으로 변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델은 버텼다. 그의 엄격한 시장주의 경제정책을 AfD 지지자들이 동의했기 때문이다. 최근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바이델을 ‘AfD의 무화과 잎’이라고 표현했다. 성경에서 아담과 하와의 원죄를 가려준 ‘무화과 잎’처럼 바이델이 극우 정당의 여성·동성애·유색인종 혐오라는 약점을 가려주고 있다는 의미다. 바이델은 스리랑카 출신 여성과 동성 결혼을 하고 두 아들을 입양해 스위스에 살고 있다.
바이델은 롤모델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감세, 노동시장 유연화, 공기업 민영화로 ‘영국병’을 치유했듯이 ‘유럽의 병자’인 독일도 상속세 폐지 등 강력한 감세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중산층과 중도보수를 공략했다. ‘이재명 때리기’에만 주력하고 있는 국민의힘도 보수가 지향하는 정책·비전을 명확히 제시해야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재집권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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