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이 드물다. 국내 주식시장은 지난해 코스닥 기준 22.8% 하락하며 크게 부진했다. 시가총액은 270조 원이나 감소했다. 이는 미국 나스닥(30.8%), 일본 닛케이(19.8%) 지수의 상승과 크게 대비되는 성적이다.
국내 주식시장의 침체는 주식에 투자한 국민들의 부를 축소시키고 신규 투자자를 해외로 유출시키며 상장기업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 이에 정부와 거래소는 지난해부터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전체 상장기업의 3.3%만이 관련 공시에 참여하고 있어 보다 넓은 확산이 필요하다.
정부의 정책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민간의 노력이다. 우선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회사의 성장이 필수적이다. 즉 매출이 증가해야 한다. 최근 국내 투자를 확대하기로 한 글로벌 사모펀드(PEF)들을 만나보면 한국 기업은 매출 증대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 제품 경쟁력은 뛰어나지만 언어 장벽과 해외 네트워크 부족으로 판로를 넓히지 못하는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이는 상장기업 중에도 상당수 해당할 것으로 보이며 향후 수출 확대를 위한 전략적 제휴나 사모펀드와의 협력을 고려해볼 만하다.
두 번째는 신성장 동력의 발굴과 투자다. 성장 가능성이 낮은 기업의 주식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게 된다. 그간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었던 화학·조선·중공업·자동차·반도체 산업은 미래를 내다본 혁신적 기업가들의 과감한 투자와 헌신이 있었기에 꽃을 피울 수 있었다. 이제 다시 이러한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급속한 전기화(Electrification) 추세에 필요한 전력 기자재 및 발열 소재 기술, 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른 반도체 설계·생산·소재 기술, 미·중 갈등과 장기화되는 국지전으로 인해 확대되는 방위산업 투자와 연관 산업, 급증하는 글로벌 전력 수요에 대응할 원자력·클린에너지 기술 등 새로운 성장 산업의 발굴과 투자는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장과의 투명한 소통이다. 주식시장의 큰손인 기관투자가의 재원은 국민들의 연금 혹은 퇴직금이다. 따라서 기관투자가들은 국민들을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배당금과 주가 상승을 고려해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러한 기관투자가의 판단을 돕기 위해 회사의 경영진이 다양한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고 주주 가치 증대를 위해 노력한다면 기업의 주식 수요는 늘고 주가도 상승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한 경영학과 교수 강의에서 퇴직 재원 마련을 위해 미국 주식 인덱스에 투자하라는 조언을 들은 적이 있다. 역사적 흐름을 보면 미국 주식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물론 사실이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의 퇴직 재원을 미국 인덱스에 의존하라는 것이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이제 우리나라의 기업과 주식이 우리 국민들의 퇴직 재원을 책임지는 시대가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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