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 년 전 스페인 독감 창궐 당시 가난한 이들을 도우며 치료했던 베네수엘라 의사가 가톨릭 성인(聖人) 반열에 오르게 됐다.
25일(현지 시간) 베네수엘라 일간 엘나시오날과 AFP통신에 따르면 ‘빈자들의 의사’로 불리며 널리 존경받아온 의사 호세 그레고리오 에르난데스(1864~1919)가 베네수엘라 역사상 처음으로 성인 자격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폐렴으로 입원 치료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성(諡聖) 절차를 밟을 것을 승인했다.
시성은 복자(福者)를 한층 높여 성인위(聖人位·성인의 지위)에 올리는 것을 뜻한다. 가톨릭교회는 공적인 공경 대상으로 올려진 이에게 가경자(可敬者), 복자, 성인 등의 경칭을 부여한다.
베네수엘라 북동부 트루히요주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에르난데스는 베네수엘라와 유럽 여러 곳에서 의술을 공부한 후 연구와 진료에 매진했다. 특히 스페인 독감이 베네수엘라에 유행할 당시 최일선에서 환자를 돌봤다. 에르난데스는 1919년 가난한 환자에게 줄 약을 직접 사오던 길에 차에 치여 숨졌다.
베네수엘라의 열 살 소녀가 2017년 총상 후 영구 뇌 손상을 받았다가 회복한 사례가 에르난데스를 향한 기도 덕분이라는 ‘기적’으로 인정받으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0년 6월 시복 교령에 서명한 바 있다.
에르난데스는 많은 베네수엘라 가톨릭 신자에게 희망과 존경의 대상이라고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콧수염이 특징인 그의 얼굴 이미지는 포스터, 도시 벽화, 광고판 등 베네수엘라 전역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침대에 누운 병자의 머리맡 또는 묘지 주변에서도 에르난데스 형상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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