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1960년대 부산 지역 최대 규모 부랑인 집단수용시설 ‘영화숙·재생원 사건’을 중대한 인권침해로 판단하고 진실 규명을 결정했다.
26일 진실화해위는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영화숙·재생원에서 발생한 인권침해를 겪은 이 모 씨 등 181명에 대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영화숙·재생원 사건은 2023년 8월 진실화해위가 집단수용시설에서 벌어진 인권침해에 대해 처음으로 직권조사를 결정한 사건이다. 앞서 진실화해위는 신청인 7명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부산시와 재단법인 영화숙이 부랑인 선도(수용 보호) 위탁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관계자 진술과 국가기록원·부산시 기록관 자료 등 다양한 자료를 종합한 끝에 진실화해위는 직권조사 대상자 171명을 확인해 진실규명 규모를 확대했다.
1951년 설립된 영화숙은 재생원과 함께 운영된 부랑인 집단수용시설로, 1976년 허가가 취소되기까지 25년간 운영됐다. 이 과정에서 18세 미만 부랑아는 영화숙에, 18세 이상 부랑아는 재생원에 수용돼 열악한 생활 환경에 놓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수용 단계부터 경찰과 영화원·재생원 자체 단속반은 불법·과잉 단속을 벌여 부모 등 연고자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영화원·재생원에 강제 수용했다. 이렇게 수용된 원생들은 낙동강 하구 개간지 매립 작업·대운동장 조성 작업·축사 관리·농작물 재배 등 각종 무임금 강제 노역에 동원됐다. 대규모 공사가 있던 시기에는 10세 전후 아동까지 해당 노역에 참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가혹행위도 심심찮게 일어났다. 군대식 편제와 규율로 운영된 영화원·재생원은 원생 중 일부를 중간 관리자로 선발해 특혜를 부여했다. 경직된 환경 속에서 구타와 가혹행위, 성폭력·사망 사고도 끊임없이 발생했다. 원생들에게는 꽁보리밥·수제비·옥수수죽이 제공됐으나 양이 부족해 돼지사료(꿀꿀이죽)·진흙·개구리까지 먹는 일이 흔했다. 3~4평 남짓의 방에서 15~50명이 수용돼 지그재그로 칼잠을 잤다고 한다. 결국 가혹행위와 굶주림 등으로 사망한 원생들의 시신은 영화숙 뒤편 야산에 암매장됐다.
진실화해위는 피해자에 대한 공식 사과와 위로금 수여·생활지원금 및 의료비 지원 등 실질적 피해 회복 조치·시신 암매장 추정 지역에 대한 유해 발굴 등을 국가에 권고했다. 이와 함께 오는 4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진실화해위 종료 이후에도 추가로 확인되는 피해자에 대한 조사 활동을 제도화하는 방안과 전국 모든 집단수용시설 관련 자료 전수 조사 시행 등도 함께 권고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