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가능성과 맞물려 주판알을 튕기고 있는 여야 정치권이 윤석열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최후진술에 대해 극명한 온도 차를 보였다. 국민의힘 잠룡들은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결집한 보수층 민심을 의식해 “진심이 느껴졌다”는 평가를 내린 반면 정권 교체의 불씨를 키우려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구제 불능”이라며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6일 연합뉴스TV와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최후진술에 대해 “들으면서 마음이 아팠다. 어쩔 수 없는 여소야대 속에 야당의 탄핵 반복, 이런 국면에서 굉장히 무력감을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2011년 시장직을 사퇴할 때를 떠올리며 “사퇴의 직접적 계기는 무상 급식이었지만 그 바탕에는 시의회 여소야대가 9대1이라 ‘식물 시장’이라는 무력감이 작용했다”면서 임기 내내 거대 야당에 휘둘렸던 윤 대통령에게 인간적인 연민을 표했다.
여권 인사 중에서는 일찌감치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홍준표 대구시장도 “(최후진술에서) 임기를 단축하고 87체제를 청산하기 위해 개헌과 정치 개혁을 하겠다는 말씀도 진정성이 엿보였다”며 “헌재에서 탄핵 기각이 될 수 있는 최종진술로 보인다”고 호평을 내렸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들께서 대통령의 진심을 알 수 있는 진술”이라고 치켜세웠다.
탄핵안에 찬성 표결을 했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화해의 메시지를 기대했으나 없었다”고 지적하면서도 윤 대통령이 꺼내 든 개헌 카드에 공감대를 드러내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해 “개헌 추진에 동참하라”고 압박했다.
대선 채비를 서두르는 야당 인사들은 십자포화를 가했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윤석열의 최후진술은 말 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틀렸다”며 “취임할 때부터 개헌을 하려 했었다는 말은 군을 동원해 헌정 질서를 무력화시키려 했던 내란 수괴가 할 말이 아니었다”고 질타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정치 선동이라는 말도 부족해 간첩 암약까지 주장하는 윤석열의 망상의 끝은 도대체 어디입니까”라며 “망상에 붙잡힌 내란 세력을 헌재가 만창일치로 파면해달라”고 촉구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마지막까지 거짓말과 궤변으로 일관한 윤석열은 구제 불능”이라며 “헌법과 법률을 지킬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게 명백하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최후진술에 대한 직접적인 거론은 하지 않았지만 비상계엄 당시 국회 출입이 차단되지 않았다는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의 주장에 “온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도 유분수”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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