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전(戰) 종전 협상의 최대 변수였던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광물 협정이 사실상 타결돼 양국 정상 간 서명만 남았다. 협정문 초안에는 미국이 원했던 우크라이나 광물 규모가 당초 ‘5000억 달러’에서 축소됐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안보 보장과 관련한 명시도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25일(현지 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위싱턴DC 백악관에서 진행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28일 미국에 온다고 들었다”며 “젤렌스키는 나와 함께 (광물 협정에) 서명하고 싶어한다”고 말해 양국 간 논의가 마무리 수순임을 시사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도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합의점에 도달했으며 세부 사항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미국이 전쟁 기간 이뤄진 무기 지원의 대가로 우크라이나에 요구해 온 광물 규모를 축소한 것이 협정이 진전된 이유라고 짚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광물을 개발해 수익을 공동 기금으로 만들자며 수익이 5000억 달러에 이를 때까지 기금 지분을 100% 소유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강한 반발과 국제사회의 비판에 한 발 뒤로 물러선 것으로 파악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5000억 달러’ 광물 제공 문제를 논의하러 우크라이나에 방문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의 회의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고성을 질러 이 소리가 회의장 밖으로 새어 나갔다는 후일담을 전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요구해온 미국의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 역시 협정문 초안에서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데니스 시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는 26일 "협정문에 현재로서는 미국의 구체적인 안보 보장 내용이 담기지 않았으며, (미국 측과)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종료 후 평화 유지 명목으로 미군을 우크라이나에 주둔할 의사가 없음을 여러 차례 밝혔다. 이 기조에 따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안보 우산’을 제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던 대로 막대한 우크라이나 광물을 손에 넣었지만 전략물자인 희토류를 대량생산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세계 광물의 5%가 매장돼 있으며 티타늄(세계 6위), 철(10위), 우라늄(10위) 등 주요 광물 매장량이 매우 많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된 관심사로 알려진 희토류도 대량 매장돼 있지만 아직까지 우크라이나에서 본격적으로 생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더구나 우크라이나 희토류 매장지는 전쟁 기간 러시아가 점령한 동부 지역과 겹쳐 있다. 이런 배경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광물 개발 협력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도 좋은 희토류를 가지고 있다. (러시아에) 묻힌 희토류도 사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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