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2년 조 바이든 전임 정부 시절 베네수엘라와 맺은 석유교역 합의를 폐기한다고 26일(현지 시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 계정에 “바이든이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에 내준 2022년 11월 26일자 석유 거래 양허를 되돌려 놓을 것”이라며 “(효력은) 3월 1일부로 종료된다”고 썼다.
2022년 11월 26일은 바이든 전 정부가 미 석유회사 셰브런에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을 확대하고 미국으로 석유 제품을 들여올 수 있는 라이선스를 준 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게시글에서 셰브런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바이든 전 행정부는 당시 제재 대상인 베네수엘라에 천연자원 채굴 사업을 제한적으로 허가하는 일반 면허를 발급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내렸던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 제재를 일시적으로 일부 해제한 것이다. 바이든 전 행정부는 지난해 치러진 베네수엘라 대통령 선거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투·개표 행정과 국제 감시단 입국 허용 등을 이행하라는 조건을 걸었는데, 바이든 정부로서도 유가 급등을 주 원인으로 치솟았던 고물가를 완화하기 위해 원유 공급이라는 조치가 급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 조치를 다시 뒤집었다. 마두로 정부가 지난해 7월 28일 치러진 대선에서 공정성을 보장하지 못했다는 것과 미국 내 불법 체류 중인 범죄자를 신속하게 송환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명분으로 삼았다.
이번 결정으로 오일 메이저 셰브론과 베네수엘라 모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셰브론은 베네수엘라 사업장에서 하루 약 24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하는데, 이는 베네수엘라 전체 석유 생산량의 4분의 1이 넘는 양이다. 통신은 “최근 실적 부진으로 내년 말까지 전 직원의 최대 20% 해고 방침을 발표할 정도로 사정이 악화한 셰브론에 (석유수출 제재 재개는) 나쁜 소식”이라고 분석했다.
베네수엘라 ‘돈줄’은 다시 묶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제재로 경제난 심화를 경험한 마두로 정부는 “미국을 위시한 서방 제국주의의 제재”가 베네수엘라를 무력화하기 위한 “경제 전쟁이자 불법적 조처”라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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