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수소경제가 처음 논의된 지 20년쯤 된다. 국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이 수립된 것도 6년이 된다. 이제 수소가 미래라는 사실에는 대부분 공감한다. 그런데 수소경제가 언제쯤, 얼마나,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해 확신이 부족한 탓에 시장은 동력이 약하다.
이럴 때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수소사회가 가야 할 방향이 확실하다면 앞장서 이끌어야 한다. 수소는 생산부터 저장·운송·활용까지 전체의 밸류체인이 한 몸처럼 연계돼 작동해야 효과적이다. 그러려면 정부가 생산 기지 및 출하 센터 같은 인프라 구축과 설비투자에 앞장서면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 또한 생산과 연구개발(R&D)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도 중요하다. 보조금 지급과 세액공제 등으로 생산 단가를 대폭 낮추고 R&D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줘야 한다.
그런데 수소산업 생태계를 유기적으로 조성하기 위한 지원보다 수소차 보급이나 청정수소 발전 같은 활용 측면으로 지원이 치우쳐 있는 것 같아 좀 안타깝다. 그리고 지금은 5대 전담 기관이 역할을 구분해 지원하고 있다. 진흥은 수소연합과 에너지기술평가원, 유통은 가스공사와 석유관리원, 안전은 가스안전공사가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수소산업은 전체 밸류체인의 지원이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통합적인 지원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흩어져 있는 기능을 통합해 총괄적으로 운영하는 공공기관 설립을 검토해볼 수 있다. 이곳은 새로운 구심점이 돼 정부 정책을 강력하게 펼칠 수 있다. 수소 같은 미래 산업은 초기 시장이 충분히 형성되지 못하기 때문에 기업이 독자적으로 투자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정부가 먼저 명확히 방향성을 제시하고 R&D 지원과 인프라 구축을 주도하면 기업들도 정부의 방향에 발맞춰 투자하게 될 것이다.
물론 수소산업은 그동안 축적한 경쟁력이 있으니 민간에 자율적으로 맡기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가 주도하면 기업의 자생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그것은 어느 정도 수익을 거둘 수 있을 때 가능한 얘기다. 5년이든, 10년이든 수익이 가시권에 들어오면 기업은 투자할 것이다. 그때가 오기 전까지는 정부가 이끌어줘야 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면서 산업 경쟁력이 강조되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각국이 정부 지원을 앞세워 제조업 경쟁력을 높여 나가고 있다. 수소산업도 그런 관점에서 보자. 수소산업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지원 방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