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 조직인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며 미국 행정부 곳곳에 칼을 대고 있는 세계 최고 부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첫 각료 회의(한국의 국무회의격)에서도 부통령보다 먼저 발언권을 얻으며 ‘최고 실세’임을 재차 입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불만 있는 사람은 쫓아내겠다”며 머스크 CEO를 지원 사격했다.
27일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26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백악관에서 처음 열린 각료 회의에 정식 관료가 아님에도 초청을 받아 정부 지출 삭감 계획 등을 설명했다. 특히 머스크 CEO는 미국 정부의 공식 2인자인 JD 밴스 부통령을 비롯해 다른 각료보다 먼저 발언권을 얻어 눈길을 끌었다. 자신의 모두 발언을 끝낸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남자와 함께 하게 돼 영광”이라며 머스크 CEO에게 제일 먼저 발언권을 넘겼다. 머스크 CEO는 지난달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DOGE를 통해 정부 예산을 깎고 연방 공무원을 해고하는 작업에 속도전을 펼치는 인물이다. 밴스 부통령은 회의 시작 56분 이후에야 발언 기회를 얻었고 겨우 36초만 말을 했다.
머스크 CEO는 “우리는 수조 달러의 연방 적자 감축을 이루기 위해 빨리 움직여야 한다”며 “우리가 지출을 줄이지 않으면 미국은 파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을 잘하고 있는 모든 공무원들은 그대로 두고 싶지만 필수적이지 않은 업무를 하거나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면 당연히 공공 급여 대상에 포함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2조 달러(약 2870조 원)의 적자를 가진 나라를 유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 CEO가 “많은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하자 이후 각료들에게 농담조로 “불만 있는 사람이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그러면서 "불만이 있는 사람은 여기서 쫓아낼 것"이라며 머스크 CEO에 대한 강한 신뢰를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모든 정부 부처에 DOGE 대표를 파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머스크 CEO는 이날 트럼프 대톨영 지지자들이 착용하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적힌 모자를 쓰고 나타나 주목받기도 했다. 그는 참석자들에게 ‘기술지원(Tech Support)’이라고 적힌 티셔츠도 보여주며 “그저 변변치 않은 기술 지원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한편 이날 WSJ에 따르면 머스크 CEO의 현 재산은 4194억 달러(약 604조 원)로 여전히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준을 유지했다. 머스크 CEO의 뒤는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2638억 달러), 버나드 아놀트 LVMH 회장(2389억 달러),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2370억 달러), 마크 주커버그 메타 CEO(2208억 달러) 순으로 이었다. 전 세계에서 재산 규모가 500억 달러(약 72조 원)가 넘는 부호는 총 24명의 순사잔 총액은 3조 3000억 달러(4725조원)로 이는 프랑스의 명목 국내총생산(GDP)과 비슷한 것으로 집계됐다. 24명 중 21명은 남성, 17명은 미국 내 본사를 둔 기업인이었다. 상위 10명 중 6명은 정보기술(IT) 등으로 대부호가 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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