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00년 8월 발생한 핵잠수함 K-141 쿠르스크함 침몰 사고 직후 핵 기술 노출을 우려해 서방의 구조 지원을 거부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제작사 히든라이트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쿠르스크:푸틴을 만든 열흘'에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푸틴은 우리가 거기(사고 현장)에 내려간다면 그들의 기술을 파악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며 이 같은 주장을 제기했다.
러시아 북해함대 소속 핵잠수함인 쿠르스크함은 2000년 8월 12일 노르웨이 바렌츠해에서 훈련 중 어뢰가 연쇄 폭발하면서 침몰했다. 이 사고로 승조원 118명 전원이 사망했다.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이 사고에 대한 언급은 이번이 처음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푸틴 대통령이 핵 기밀 보호를 위해 승조원 118명의 목숨을 희생했을 수 있다는 주장이라고 더타임스는 설명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당시 상황에 대해 “미 해군 잠수함이 모니터링 중 쿠르스크함으로부터 두 차례 폭발음을 들었다는 보고를 받았으며, 만 하루가 되기 전에 도움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그는 "내가 수년간 보리스 옐친(전 러시아 대통령)과 신중히 쌓은 관계를 볼 때 내가 미국과 러시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새로운 세계에서 동맹이 되기를 바란다는 점을 푸틴 대통령도 알 거라고 생각했다"며 "할 수 있다면 그가 그들의 생명을 살리도록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에서는 답이 없었고, 사고에 대한 공식 발표조차 없었다고 한다.
결국 클린턴 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고 푸틴 대통령은 자신에게 "우리 쪽 사람들에게 이 지원 제공을 활용하라고 지시하겠다"고 답했다고 했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흑해 연안의 소치에서 휴양 중이었가 사고를 보고 받았다. 사고가 발생한 지 4일 후인 8월 16일에서야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했고 8월 18일에 모스크바로 복귀하였다.
8월 21일 노르웨이 심해 잠수팀이 쿠르스크함 선미의 해치(출입구)를 열었고 선실 내부에서 시신 1구를 발견했다. ㅇ이에 러시아 해군은 승무원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판단하고 구조 작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나는 그가 더 개방적이고 연결된 세계로 러시아를 이끌 엄청난 잠재력을 가졌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벨기에, 룩셈부르크 영화사가 이 사고를 영화 ‘쿠르스크’로 함께 제작했고, 우리나라에 2019년 1월에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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