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명으로만 남은 헝가리인 의열단원 마자르, 3·1 독립선언서를 미국에 최초로 알린 언론인 밸런타인 매클래치 등 이름조차 생소한 이방인들이 우리나라 독립운동에 헌신한 이야기를 추적하면서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운 외국인 독립운동가를 다룬 책 ‘나는 대한독립을 위해 싸우는 외국인입니다’를 최근 출간한 김승훈(사진)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정책소통기획관은 2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으로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존재한다”면서 “광복 80주년인 올해 그동안 제대로 조명되지 않은 외국인 독립운동가들의 헌신을 조명하기 위해 책을 썼다”고 강조했다.
2023년 6월 20년간의 기자 생활을 마무리하고 문체부로 자리를 옮긴 김 기획관은 정책 홍보를 담당하고 있다. 책은 전 직장 동료인 강국진 서울신문 기자와 한종수 코리안헤리티지연구소 학술이사와 함께 썼다. 책을 집필한 계기에 대해 김 기획관은 “부끄러운 고백부터 해야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금껏 외국인 독립운동가를 잘 몰랐는데, 정확히 말하면 관심이 없었던 것”이라며 “지난해 여름께 공저자 중 한 명인 강국진 선배와 점심을 먹다 ‘우리나라 독립을 위해 헌신했지만 정작 우리는 잊고 있는 독립운동가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적잖은 충격과 함께 호기심이 발동했다”고 회고했다.
지난해 말 기준 서훈을 받은 독립유공자 1만 8162명 중 외국인은 76명이다. 김 기획관은 이 가운데 25명의 외국인 독립투사들을 다뤘다. 185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매클래치는 아내와 함께 극동 지역을 여행하다 3·1운동 직후인 1919년 3월 3일 서울에 도착했다. 이후 부산으로 떠나는 3월 6일까지 시위 현장을 취재한 그는 미국으로 돌아간 후 ‘새크라멘토비’ 4월 3일 자에 영문 번역본 독립선언서 전문을 게재했다. 이 밖에 책에는 안창호를 비롯한 독립운동가들과 교류하며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중국의 교육자 장보링을 비롯해 흥남 비료 공장의 일본 인부 책임자로 일하며 열악한 근로환경과 민족 차별에 저항하는 조선 청년들에게 동화돼 반일 운동을 벌였다가 9년을 감옥에서 보낸 이소가야 스에지의 삶도 소개하고 있다.
김 기획관은 “다른 나라의 독립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걸고 나섰던 외국인 독립운동가들을 추적하면서 얼굴이 화끈 달아오를 때가 많았다”면서 “이타보다는 이기가 판치는 정치·사회 현장을 오랫동안 취재하면서 중요한 뭔가를 잊고 살아왔다는 깨달음이 몰아쳤다”고 말했다.
그동안 독립운동을 했던 외국인들이 주목받지 못했던 것에 대해 김 기획관은 이들을 알리는 데 정부와 언론이 앞장섰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그는 “외국인 독립유공자들을 기리는 합동 추모식은 1995년 광복 50주년에 처음 열렸는데 당시 자료를 찾아보니 내용도 형식도 빈약했고 특히 언론들도 무관심했다”며 “초라하게 치러진 이 행사조차도 1995년 이후에는 열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추모식을 주관했던 국가보훈처장이 ‘우리나라의 자주독립을 적극 도와주신 외국인 독립유공자들에 대해 광복 50년 만에 추도식을 올리게 돼 부끄러운 마음 금할 길 없다’고 했음에도 30년간 행사가 없었던 것은 매우 아쉽다”면서 “광복 80주년인 올해 국가보훈부 주도로 민간단체, 국민이 함께 외국인 독립운동가 합동 추모식을 성대하게 치른다면 독립운동가와 순국선열의 애국 애족 정신을 선양하고 보훈 문화를 확산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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