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새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저가 제품 수입이 급증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중국 관세 조치가 미국 소비자들의 부담을 높이고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27일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소속 경제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경제에 더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블룸버그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800달러 미만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가 미국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800달러 미만 상품에 대한 면세 혜택도 철회하기로 했다.
헌터 L 클라크 등 뉴욕연방준비은행 이코노미스트들은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미국의 중국산 수입 통계와 중국의 미국 수출 통계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전체 수입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8년 21.6%에서 지난해 13.4%로 8.2%포인트 감소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2.5%포인트밖에 줄지 않았다는 게 클라크의 주장이다. 미국 통계에서는 중국산 수입액이 2018년 5050억 달러(약 725조 원)에서 지난해 4390억 달러(약 630조 원)로 660억 달러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중국 통계에서는 외려 4328억 달러(약 621조 원)에서 5240억 달러(약 752조 원)로 912억 달러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통계 불일치는 면세 혜택을 받은 800달러 미만 제품의 수입 급증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테무와 쉬인 등 미국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중국 e커머스의 소액 거래 규모가 정부 통계에 제대로 잡히지 않아서다. 미국 정부는 2016년 온라인 거래 활성화를 위해 관세가 적용되지 않는 구입액 기준을 기존 200달러에서 800달러로 높였다.
클라크는 “800달러 미만 중국산 제품 수입액이 최대 2배까지 증가해 지난해에는 500억 달러(약 78조 원) 규모를 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중국 판매자들이 이익을 줄이면서 가격을 낮추지 않는 한 미국 소비자들이 (트럼프가 부과한) 관세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수익률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26일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전일 대비 4bp(bp=0.01%포인트) 낮은 4.256%까지 내려가 4.3%를 넘긴 3개월물을 밑돌게 됐다. 통상 만기가 길수록 채권금리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이 미국 경제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CNBC는 장단기 금리 역전 여부를 판단할 때 일반적으로 10년물과 2년물을 비교하지만 최근 뉴욕연은은 경기 침체 우려를 살피기 위해 3개월물의 수익률을 활용한다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