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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K바이오 블록버스터 또 나오려면

왕해나 바이오부 기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SC로 환자들의 삶이 바뀌었습니다.”

지난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 최대 장 질환 학회 ‘2025 유럽 크론병 및 대장염학회(ECCO)’에서 현지 의료진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주주들의 충성도가 높은 국내 대형 바이오 기업으로만 여겼던 셀트리온(068270)이 유럽에서 보여준 영향력은 기대를 뛰어넘었다. 램시마SC 관련 발표가 있을 때마다 발표장은 청중으로 가득 찼다. 애브비·일라이릴리·화이자 등 글로벌 빅파마들 사이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피하주사 방식인 램시마SC에 앞서 정맥주사(IV) 형태의 램시마가 2013년 유럽에 진출할 당시만 해도 현지인들에게 셀트리온은 신생 제약사 중 하나였다. 하지만 오리지널 의약품인 얀센의 ‘레미케이드’보다 가격을 30% 낮춰 환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의료진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시장의 요구를 충실히 반영한 끝에 출시 4년 만에 오리지널 제품의 점유율을 넘어섰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유럽에서 램시마 제품군의 점유율은 79%에 달한다.

램시마IV는 지난해 국내 의약품 최초로 블록버스터 반열에 올랐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오리지널 신약이 아닌 바이오시밀러로서는 드문 성과다. 렘시마SC 또한 2020년 출시 이후 5년 만에 매출 5640억 원을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짐펜트라’라는 이름으로 미국 시장에도 진출하며 글로벌 입지를 넓혀가는 중이다. 램시마SC가 램시마IV를 잇는 또 하나의 블록버스터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이제 국내 제약·바이오의 과제는 램시마를 잇는 새로운 블록버스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의약품 개발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전략적 접근과 국가 차원의 지원이 맞물려야 한다. 최근 바이오 투자 환경은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탄핵 정국으로 정부의 연구개발(R&D) 과제도 줄줄이 중단됐다.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유망한 블록버스터 후보들이 재정적 한계를 넘지 못하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이야말로 혁신적인 R&D와 함께 산업 전반을 뒷받침할 정책적 지원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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