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보수 정당이 생긴 후 우리 당이 가장 어려울 때인 것 같다”며 “힘을 모아야 한다”고 여당에 주문했다.
이 전 대통령은 27일 서울 서초구 재단법인 청계 사무실에서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맞이하고 “우리 당이 소수라고 하지만 집권당이고 힘만 모으면 뭐든 해나갈 수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권 비대위원장이 이날 이 전 대통령을 예방한 것은 그가 취임한 이래 처음이다. 12·3 비상계엄 이후 수세에 몰리고 있는 여당이 정국 돌파구 모색을 위해 정치계 원로들과의 스킨십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은 “한창 정부가 궤도에 올라 일을 할 때인데 국가적으로 큰 손실을 입고 있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시대가 와서 여야 없이 힘을 합쳐 대응을 해야 하는데 참 걱정스럽다”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의 최후 변론에 대한 평가나 조기 대선 가능성에 대한 의견은 전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전 대통령은 어려움에 처한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그는 “지금 우리 반도체 기업은 정부 정책 때문에 한계에 도달했다”며 “특히 인공지능(AI) 시대를 앞두고 새로운 정부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1세기에 새로운 신사업이 막 나오는데 시간제한 없이 놀 때는 놀더라도 할 때는 밤을 새워서 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격동기에 대기업·중소기업 모두 정말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도체특별법 주52시간제 예외 조항 반영을 추진하고 있는 여당의 주장에 힘을 싣는 발언이다.
권 비대위원장은 이 전 대통령과 1시간가량 대화한 후 기자들을 만나 “(이 전 대통령이) 반도체특별법 주52시간 예외 적용 문제에 대해 ‘전 세계가 치열하게 기술 경쟁을 하고 있는데 답답한 마음’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를 상대로 여러 정책을 내놓은 만큼 ‘한덕수 총리 같은 경험이 있는 분이 복귀해서 대미 외교를 지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한편 윤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과 맞물려 최근 여권 인사들이 줄지어 이 전 대통령을 찾고 있다. 이달 3일과 12일 여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각각 이 전 대통령을 예방한 데 이어 17일에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방문이 이뤄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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