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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의대 정원, 정부와 협의 거쳐 '대학 자율'로

■수급추계위 법안 복지위 소위 통과

4월30일까지…의대학장도 참여

추계위는 복지부 장관 직속으로

총 위원 15명중 과반은 '의료계'

박민수(오른쪽) 보건복지부 2차관이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3차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 출석해 실·국장들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의대 정원 등을 결정할 의료 인력 수급추계위원회를 설치하기 위한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의료 인력 수급을 추계할 과학적 시스템을 만드는 수급추계위원회 법제화에 시동이 걸렸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적지 않다. 하지만 내년도 의대 정원 결정은 시일이 촉박한 까닭에 수급추계위에서 결정하지 못하면 각 대학 총장이 정부의 협의 범위 안에서 4월 말까지 조정할 수 있다고 부칙을 붙였다.

복지위는 27일 국회에서 법안심사1소위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복지위는 가장 큰 관심사인 내년도 의대 정원에 대해 수급추계위에서 논의하되 결론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4월 30일까지 각 대학 총장이 모집 인원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교육부 장관과 복지부 장관의 협의 범위 내에서 바꿔야 하며 의대 학장도 대학 총장에게 의견을 제출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정부는 이달 17일 처음 제출했던 수급추계위 법안에 이를 포함시켰지만 의료계의 반발이 계속되자 이를 뺐는데, 이날 의결 과정에서 의대 학장의 의견 표명 관련 내용을 붙여 되살아났다. 의료계의 반발을 감안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채널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실상 정부가 내년 의대 정원을 대학 총장에게 정하도록 책임을 미뤘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롭기 힘들어 보인다. 올해 의대 정원 결정 과정과 비슷한 흐름이 예상되기 때문에 ‘땜질식’ 결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불가피하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1년 동안 정부와 의료계는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인가”라며 “결국 대화가 꽉 막히면서 또다시 대학이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그동안 의료계가 요구해왔던 사항들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 수급추계위를 복지부 장관 직속 독립 심의 기구로 규정했고 의대 정원 등 의료 인력 수급에 대한 최종 결정은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하도록 했다. 위원 수는 총 15명으로 하되 의료계 요구를 수용해 위원 중 과반은 의사 등 공급자단체 추천으로 채우도록 했다. 위원장도 전문가위원 중 호선으로 정한다.

복지위 국민의힘 간사인 김미애 의원은 소위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수급추계위가 본래의 기능을 하는 게 우선”이라며 “전문성, 과학적 근거를 담보할 조항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강선우 의원도 “대한의사협회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했다”며 “의료계의 요구대로 가면 수급추계위의 법적 근거를 만든다는 목적도 형해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해 9월 말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추진 방안을 그대로 법제화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추계위의 독립성·전문성 등을 보장해 달라는 그간의 주장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26학년도 정원을 조정하기 어려울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총장이 결정하도록 명시한 부칙을 신설한 데 대해서도 "독소조항"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최근 교육부가 내년도 의대 정원을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과 관련해 “정부 차원에서 결정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모두발언에서 “내년 정원은 제로 베이스에서 유연하게 검토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기본적 방침”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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