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일본이 26일 유엔 제네바사무소에서 열린 유엔 군축회의에서 “북한이 대량살상무기(WMD)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방식으로 폐기하면서 비핵화 대화를 재개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공동 발언을 발표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핵 폐기 압박을 높여온 한미일 3국이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으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한목소리로 공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미일은 이달 18일 독일 뮌헨에서 외교장관회의를 갖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미 간 대북 정책 조율에서도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조현동 주미대사는 26일 기자 간담회에서 이전의 미국 행정부가 ‘한반도 비핵화’ 등을 혼용해온 점을 거론하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북한 비핵화’를 일관되게 사용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북미 협상 추진 등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와 판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미국은 2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표현이 빠진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촉구 결의안을 제출하고 러시아·중국과 함께 찬성표를 던졌다. ‘러시아의 침략’을 명시한 유엔 총회의 러시아 규탄 결의안에는 미국이 러시아·북한 등과 함께 반대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트럼프 정부의 외교적 표변은 국제 질서의 냉혹함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희토류 광물 수익의 50%를 내놓으라고 압박해 결국 28일 미국·우크라이나 간 광물협정을 체결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는 명확한 국가 안전보장 장치를 요구했지만 사실상 거절 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기자회견에서 “유럽연합(EU)은 미국을 착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반감을 드러냈고, 중국의 대만 침공을 막겠느냐는 질문에는 “절대로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반도와 한국 문제에 대해 어떤 변덕을 부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 질서 급변 속에서 안보와 국익을 지키려면 능동적으로 외교 역량을 발휘하는 한편 누구도 감히 넘볼 수 없게 힘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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