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꺾이고 있다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고용과 물가 불안감이 커지면서 경제 낙관론은 급속하게 식고 있으며 그동안 미국 경제 독주의 기반이 됐던 증시에 대한 자신감도 줄고 있다. 월가 전문가들은 물가가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침체 국면으로 접어드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경고하기 시작했다.
27일(현지 시간)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2월 16∼22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4만 2000건으로 직전 주보다 2만 2000건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첫째 주간 이후 2개월여 만에 가장 많은 청구 건수다. 월가에서는 일론 머스크가 주도하는 연방 기관 비용 감축 조치에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고용 시장 흐름이 둔화로 선회했다는 진단도 나온다.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지난주 전체 실업수당 증가 건수 중 1만 7000건이 경기 둔화에 따른 감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물가 우려는 증폭되고 있다. 앞서 발표된 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보다 3.0% 상승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겹치며 소비자들의 불안이 가중되는 분위기다. 블룸버그통신이 해리스폴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9%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으로 일상 용품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경제성장에 대한 자신감도 눈에 띄게 떨어졌다. 2월 미국 소비자신뢰지수는 98.3(1985년=100 기준)으로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낮았다. 특히 앞으로의 단기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지수는 72.9포인트로 경기 침체 위험 신호로 여겨지는 80 선 아래로 내려왔다. 8개월 만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의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는 1월 52.8에서 2월 49.7로 떨어져 2년 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해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미국 주택 거래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우려를 키우고 있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1월 미국 잠정 주택 매매 지수는 70.6(2001년 100 기준)으로 지난해 12월보다는 4.6%, 지난해 1월보다는 5.2%씩 급락했다. 2001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택 거래는 통상 매매가 끝날 때까지 1∼2개월 정도가 걸리는 만큼 기존 주택 판매 통계의 선행지표로 평가받는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불거진 경제 불확실성이 경제를 누르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S&P글로벌은 “지출 감축이나 관세와 관련된 연방정부 정책으로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사업에 대한 기대치가 줄고 있다”며 “지난달까지 산업계에서 보였던 낙관적 분위기는 사라지고 불안감, 활동 둔화, 가격 상승과 같은 암울한 그림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침체 심리는 금융시장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개인투자자협회 조사에서 투자자 중 61%는 주가가 향후 6개월 동안 하락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2022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며 직전 주 40.5%에서 20%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증시 하락은 소비 위축과 미국 성장률 감소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운다.
경기 침체 공포는 이미 국채금리 흐름에도 반영되기 시작했다. 전날 발생했던 미국 10년물과 3개월물의 금리 역전 현상은 이날도 계속됐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이날 10년물 금리는 4.265%, 3개월 물은 4.304%로 마감했다. 통상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은 경기 침체의 전조로 해석된다. 블룸버그의 칼럼니스트인 조너선 래빈은 “10년물 국채금리가 하락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성장이 좌초될 수 있다는 위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8일 미국 상무부는 지난 1월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상승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과 비교해서는 0.3% 올랐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지난해 1월 대비 2.6%, 12월 대비 0.3%였다.
이날 발표된 대표지수와 근원지수 상승률은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에 모두 부합했다. PCE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물가 지표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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