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이 3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가운데 잠실·개포·한남·압구정 등 서울 알짜 사업지 수주를 둘러싼 건설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물산이 ‘래미안’을 앞세워 공격적인 수주 행보를 보이자 경쟁사들은 조합에 파격 혜택을 제안하며 집토끼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대 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27조 86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38% 증가했다. 올해는 3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해외 플랜트 등보다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은 주택 부문 비중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먼저 서울 송파구 잠실우성 1·2·3차 재건축사업조합은 오는 4일 시공사 선정 입찰을 마감한다. 현재 삼성물산과 GS건설의 응찰이 유력하다. 단지는 재건축을 통해 지하 4층~지상 49층, 2860가구 규모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지난해 9월 진행한 1차 시공사 입찰은 GS건설이 단독으로 응찰해 유찰된 바 있다. 이에 조합은 지난해 말 3.3㎡당 공사비를 890만 원에서 920만 원으로 높여 다시 입찰 공고를 냈다.
강남구 개포주공6·7단지도 같은 달 12일 시공사 선정 입찰을 마감한다. 앞서 열린 현장 설명회에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포스코이앤씨 등 총 10곳 이상의 건설사가 참여했다. 건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2파전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두 건설사가 정비사업에서 맞붙는 건 지난 1월 한남4구역 수주전에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다. 개포주공6·7단지는 재건축을 통해 지하 5층~지상 35층, 2689가구로 탈바꿈한다. 개포주공1·2·3·4·5·8·9단지가 재건축을 완료하고 입주를 마쳤거나 시공사가 정해진 만큼 사업지는 개포동 ‘마지막 노른자 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총 사업비 2조 4000억 원 규모의 압구정2구역은 오는 6월 시공사 선정에 나설 예정이다. 압구정 아파트지구 특별계획구역 중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르다. 압구정2구역은 용적률 300%를 적용받아 총 12개 동, 2606가구로 조성된다. 특히 압구정3구역의 시공사 선정 일정이 내년으로 밀릴 가능성이 커진 만큼 2구역을 선점하려는 건설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밖에 한남5구역도 상반기 중 시공사 입찰 재공고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진행된 1·2차 입찰은 모두 DL이앤씨의 단독 응찰로 유찰됐다.
건설 업계는 삼성물산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올해 1~2월 도시정비사업에서 총 2조 267억 원의 수주고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2조 951억 원) 연간 수주 실적을 뛰어넘은 금액이다. 지난 한 해 수주 실적은 3조 6398억 원으로, 올해는 이보다 37% 늘어난 5조 원을 목표로 잡았다. 이 같은 목표는 창사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수주 경쟁에 뛰어들었다가 패배하면 손해만 수십억 원”이라며 “압구정 등 주력 타깃 정비 사업지에서는 수주를 위해 수익성을 포기하더라도 조합에 파격적인 혜택을 제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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