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트럼프 2기 행정부 고위 인사들과 두루 접촉하고 관세, 조선, 에너지 등에 대한 실무 협의체를 개설해 가동하기로 했다.
안 장관은 28일(현지 시간) 워싱턴 인근 식당에서 개최한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관세와 관련해 우리 기업의 우려 사항을 전달하며 면제를 요청했다"며 "실무 협의체를 통해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최소화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관세 면제를 목표로 하되 만약 미국이 한국에도 관세를 부과한다면 최소한 다른 국가보다 불리한 조건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미국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박 3일의 방미 일정에서 안 장관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더그 버검 백악관 국가에너지위원장 및 내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을 면담했다. 러트닉 장관은 무역적자 해소 필요성을 강조하고 한국의 협력을 희망한다는 뜻을 나타내면서도 대한국 관세 계획까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의 경우 안 장관은 현대차가 미국 조지아주에 짓는 공장이 3월 말 본격 가동하면 미국 내 생산이 늘어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를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트닉 장관은 한국이 미국에 공장을 건설해 제조업 일자리를 늘리는 그린필드 투자를 많이 하는 것을 알고 있었고 통 크게 해보자는 식의 이야기를 많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측은 조선업에서 협력을 빨리 해야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장관은 한미 조선 협력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고 설명했으며, 미국이 조선 협력을 어렵게 하는 법·제도를 바꾸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리니 그전에 양국이 유연성을 발휘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버검 위원장은 한미일 에너지 협력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에너지 협력은 긴 호흡을 갖고 안정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어 한일 관계 안정화가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과 관련해 미국은 한일의 공동 참여 가능성도 보고 있는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한국 정부는 미국이 비관세 장벽이라고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는 국내 규제를 검토해 개선 방향을 검토하고 있는데 안 장관은 정부의 이런 계획을 미국 측과 면담에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안 장관의 이번 방미를 통해 한국이 미국에 도움이 되는 전략적 산업 협력 파트너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미국의 대한국 정책이 아직 완전히 구체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후속 논의 플랫폼을 만드는 데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또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 알 수 없는 만큼 당장 성급하게 협상을 시도하기보다는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장기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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