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실적에 대한 우려로 미국과 아시아 주요 증시가 줄줄이 무너진 가운데 중국의 대표 정보기술(IT) 업체인 텐센트가 딥시크보다 더 빠른 인공지능(AI) 모델을 선보였다. 주요 외신들은 중국의 AI 기술이 미국의 유일한 대항마로 성장하면서 미중 간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1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텐센트는 지난달 27일 자사 AI 챗봇 모델인 ‘훈위안 터보 S(Hunyuan Turbo S)’를 출시했다. 텐센트는 이 모델이 “즉각적으로 응답하도록 설계됐고 딥시크보다도 빠르다”며 “사용료도 더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텐센트는 선전에 본사를 둔 중국의 거대 IT 기업이다. 본래 게임 업체에서 출발해 사업을 다각화한 덕분에 현재 홍콩 증시에 상장한 기업 가운데 시가총액이 가장 크다. 최근에는 딥시크 AI 모델을 자사의 중국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위챗에 장착해 눈길을 끌었다.
IT 업계에서는 올 1월 스타트업 ‘딥시크’의 저가형 모델이 세계를 놀라게 한 데 이어 다른 중국 업체들도 속속 해당 AI 시장에 뛰어들자 미국 중심의 기존 판도가 뒤흔들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중국의 알리바바그룹도 1월 말 큐원 모델을 공개하면서 딥시크보다 더 나은 성능을 탑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예상치 못한 자국 민간 업체들의 AI 성과에 고무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달 17일 량원펑 딥시크 창업자,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등 첨단 기술 기업인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아 국가적 지원 의사를 강조했다. 시 주석이 민간 기업과 심포지엄을 주재한 것은 2018년 이후 두번째다. 이 자리에는 중국 스마트폰 1위 업체인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유니트리의 왕싱싱 회장, 화웨이의 런정페이 창업자, 세계 1위 전기차 기업인 비야디(BYD)의 왕촨푸 회장, 세계 최대 배터리기업 CATL의 쩡위친 회장, 웨이얼반도체의 위런룽 창업자, 변압기 제조업체 정타이그룹의 난춘후이 회장 등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 같은 중국의 AI 굴기는 최근 시장의 우려를 받은 엔비디아와의 상황과 큰 대조를 이뤘다. 앞서 딥시크는 1만 6000개 이상의 칩을 사용해 AI를 훈련하는 선두 업체들과 달리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약 2000개만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AI 모델이 늘어날수록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들의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관계가 된 셈이다.
실제 엔비디아는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지난해 4분기 총수익이 줄었다는 월가의 평가 속에 급락한 바 있다.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조정 주당순이익(EPS)이 전년 동기보다 각각 78% 71% 급증했지만 시장은 더 큰 기대를 했던 탓이다. 엔비디아 충격으로 미국 증시는 물론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들도 AI와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28일 일제히 추락했다.
미국 CNBC 방송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지난달 26일 발간한 연례보고서에서 화웨이를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경쟁 업체 중 하나로 선정했다. 엔비디아는 특히 전체 5개 부문 가운데 반도체와 클라우드 서비스, 컴퓨팅 처리, 네트워킹 제품 등 4개 부문에서 화웨이와 경쟁 관계라고 설명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CNBC 인터뷰에서 “중국 업체들과 상당한 경쟁이 있다”며 “화웨이와 다른 기업들은 매우 역동적이고 경쟁력도 매우 뛰어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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