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 사용이 늘어나는 가운데 스크린 노출 시간이 늘어날수록 근시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에 따르면 하루 디지털 스크린 노출 시간이 1시간씩 늘어날 때마다 근시 발생 확률이 21% 증가했고, 4시간을 넘기면 근시 위험이 2배 이상 치솟는 경향을 보였다.
김영국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팀은 2024년 11월까지 디지털 화면 노출 시간과 근시와의 관계를 다룬 45건의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이 같은 연관성이 확인됐다고 28일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근시 유병률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근시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근시의 발병 시기가 점차 빨라지고 진행 속도와 정도가 심각해짐에 따라 황반변성, 망막박리, 녹내장 등 근시로 인한 시력장애 위험도 커지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상관관계와 안전 노출 기준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디지털 스크린 노출 시간이 길어질수록 근시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검증에 나섰다. 주요 의학 데이터베이스에서 디지털 화면 노출 시간과 근시와의 관계를 다룬 연구를 선정한 다음 총 33만 5524명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각 연구에서 보고된 ‘디지털 스크린 노출 시간에 따른 근시 발생 확률’을 시간 단위로 변환해 위험도를 계산했다.
선형 분석 결과 디지털 스크린 노출 시간이 하루 1시간 증가할 때마다 근시 발생 위험은 21%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디지털 스크린 노출 시간이 늘어나는 데 따른 위험도가 급격히 변하는 양상을 파악하기 위해 비선형 분석을 추가로 시행했다. 그 결과 하루 1시간 이상 디지털 스크린에 노출되면 근시 위험이 유의미하게 증가하고, 특히 1~4시간 사이 구간에서 근시 위험이 비례적으로 급격히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루에 1시간 노출되면 근시 발생 위험이 5%, 2시간은 29%, 3시간은 65% 증가했고, 하루 4시간을 초과하면 위험도가 2배가량 뛰었다. 4시간 이후에는 증가 속도가 다소 완만해지는 S자 형태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모든 연령층에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발견됐다. 특히 어린 연령대에서 디지털 스크린 노출이 근시 발생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여러 개의 디지털 기기를 동시에 사용하면 개별 기기를 사용하는 것보다 근시 위험 증가폭이 더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번 연구는 디지털 스크린 노출 시간과 근시 사이의 관계를 규명한 첫 번째 메타분석 연구다. 근시 예방을 위한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에 관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된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하루 1시간 이상의 디지털 스크린 노출이 근시 위험을 높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근시 예방을 위해 디지털 스크린 노출 시간을 하루 4시간 미만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의학협회의 공식 학술지인 ‘JAMA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 최신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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