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가 초읽기에 들어서면서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차기 주자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이재명 대표를 ‘비명(비이재명)계’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뒤쫓는 형국이지만 ‘일극 체제’를 깨기엔 아직은 역부족인 모습이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한 주 비명계 주자들은 이 대표의 외연 확장 행보에 맞서 저마다의 전략으로 존재감 키위기에 나섰다. 본격적인 조기 대선 국면에 접어들기 전에 조금이라도 이 대표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다.
김동연 지사는 경기도정 운영과 동시에 대구·경북(TK) 지역을 찾으면서 유권자들과의 접점 늘리기에 나섰다. 친문(친문재인) 적자(嫡子)로 불리는 김경수 전 지사는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호남과 자신의지지 기반인 부산·울산·경남(PK)을 연이어 방문하는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김부겸 전 총리 또한 방송과 강연 등을 통한 메시지 정치에 몰두했다.
‘헌법 개정’을 고리로 한 공동 압박 전략도 구사했다. 임기 단축 개헌을 제안한 김동연 지사는 경기도 3·1절 기념식에서 ‘개헌’이라는 단어만 10번을 언급하며 무게를 뒀다. 김경수 전 지사는 개헌을 조기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나눠서 진행하는 ‘2단계 개헌론’을 꺼냈으며, 김부겸 전 총리 또한 이 대표에게 개헌에 대한 입장을 물은 바 있다.
이처럼 다방면으로 이 대표 압박에 나서고 있지만 이 대표의 철옹성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 모양새다. 자유응답 방식으로 진행된 한국갤럽의 2월 4주차(지난달 25~27일, 전국 성인 1000명)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는 35%의 지지도를 얻으며 국민의힘 잠룡들을 압도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14.5%. 중앙여심위 참조.).
문제는 이 대표를 제외하면 야권에선 단 한 명도 1%의 응답조차 얻지 못한 점이다. 8년 전 조기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뒤를 안희정 당시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받쳐주며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이 같은 이 대표의 독주 체제는 오는 26일로 확정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선고 이후에야 변화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동연 지사를 제외하면 현직을 갖고 있는 잠룡이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이 대표는 당직을 유지하면서 차기 대권 주자로의 역할까지 ‘1인 2역’을 소화하며 자연스럽게 높은 주목도를 가져오고 있다. 한 비명계 관계자는 “조기 대선이 완전히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캠프를 꾸리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지나친 독주가 무조건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치열한 경선을 통해 주목도를 끌어 모으면서 흥행을 도모할 수 있지만, 일찌감치 결과가 확정된 상황에선 오히려 대중의 관심을 상대 정당에 넘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 대표도 부랴부랴 ‘다양성’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지지층들에게 과도한 ‘내부 비난’을 자제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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