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시즌 네 번째 대회인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은 놓쳤지만 세 명이 톱10에 오르면서 한국 여자골프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임진희가 공동 4위로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고 김아림과 김효주는 공동 7위로 대회를 마쳤다.
올해 LPGA 투어에서 뛰는 한국 여자골퍼들의 분위기는 최근 몇 년과 비교해 확실히 달라졌다. 매 대회 우승 전선에 한국 선수들이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톱10 횟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작년만 해도 시즌 첫 2개 대회에서 ‘톱10’에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초반 4개 대회에서 톱10 횟수는 6회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매 대회 ‘톱10’ 선수를 배출하면서 벌써 9회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 보다 훨씬 빠른 속도다.
과연 시즌 말까지 한국 여자골퍼들이 ‘톱10 100회’를 합작할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질만하다. 그동안 한국 여자골퍼들이 ‘톱10 100회’를 합작한 것은 모두 3회다. 2015년 102회를 기록해 처음으로 톱10 100회를 넘었고 2016년 101회, 그리고 2017년에는 103회 톱10 횟수를 기록했다. 한국여자골프가 세계를 지배하던 시기였다. ‘톱10 100’은 한국 여자골프의 가장 화려했던 시절을 상징하는 숫자인 것이다.
그 후 톱10 합작 횟수는 2018년 80회, 2019년 96회로 무난했지만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확 꺾이기 시작했다. 2021년 75회, 2022년 63회로 줄어들더니 2023년에는 46회로 뚝 떨어졌다. 최근 10년 기록을 보더라도 한국여자골퍼들의 톱10 횟수가 50회를 넘기지 못한 것은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렸던 2020년과 2023년 두 번 뿐이었다. 2020년의 경우 LPGA 투어에서 뛰던 한국여자골퍼들이 상당수 국내 투어에 머물면서 총 27회 톱10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여자골퍼들의 톱10 횟수는 66회로 다시 늘었다. 그리고 올해 초반 분위기를 보면 톱10 횟수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톱10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 선수는 김아림이 3회로 가장 많고 고진영과 김효주 그리고 임진희가 각 2회씩으로 뒤를 잇고 있다. 무엇보다 고진영과 김효주의 샷 감이 돌아온 것이 힘을 준다. 다만 아쉬운 부문은 톱10이 일부 선수들에게 몰려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작년 13차례나 10위 이내에 들면서 가장 많은 톱10 횟수를 기록했던 유해란이 아직 톱10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최혜진도 확실히 작년과 다른 샷 감을 보여주고 있지만 조금 뒷심이 부족한 모습이다.
이제 LPGA 투어는 중국 하이난 섬에서 열리는 블루 베이 LPGA로 이어진다. 이 대회에는 상승세의 김아림과 임진희가 출전하고 이소미, 이정은6, 박성현 등도 출사표를 던졌다. 무엇보다 데뷔전이었던 파운더스 컵에서 컷 탈락의 쓴 맛을 봤던 윤이나가 출전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한국 여자골퍼들은 ‘톱10 100회’를 기록하던 화려했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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