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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의 종말…일본서도 "美 없는 생존 각오해야"

러와 밀착, 전방위 관세 전쟁에

마크롱, 방위비 대폭 증액 제안

스타머 "의지의 연합 결성하자"

美에 '성의' 표시 절박한 달래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플로리다를 방문했다 워싱턴DC로 복귀하면서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충돌 이후 서방 자유주의 진영에서 ‘세계 질서가 역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자국 이익과 안보를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과 적국을 가리지 않고 ‘미국 우선주의’를 밀어붙이면서 각자도생이 불가피해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2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유럽 주요 정상회의에서 유럽 국가에 국내총생산(GDP)의 3~3.5% 수준으로 방위비를 증액할 것을 제안했다. 현재 유럽의 방위비 분담률은 GDP의 1.5% 안팎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앞서 GDP 5% 수준의 방위비 증액을 요구한 데 대한 답변으로 읽힌다. 이날 정상회의에 참여한 상당수 국가가 방위비를 늘리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유럽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지원을 이어갈 수 있도록 달래야 한다는 절박함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회의를 주재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우리는 역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영국과 프랑스 주도로 ‘의지의 연합’을 결성하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이는 2003년 조지 부시 미 행정부가 이라크 침공 때 쓴 표현으로, 영국은 당시 ‘의지의 연합’에 참여해 미국 외 최다 병력인 4만 5000명이 참전했다. 가디언은 “‘우리가 여러분을 도왔으니 호의를 되돌려달라’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날 프랑스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공중전과 해상전부터 즉시 휴전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안보 보장이 없는 휴전은 모두의 실패”라고 말해 우회적으로 거절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럽의 안보 긴장감이 본격화한 것은 미국이 지난달 1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배제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종전 회담을 가지면서다. 특히 지난달 28일 미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언쟁을 벌인 후 쫓겨나듯 워싱턴을 떠나면서 유럽은 물론 세계 각국이 충격에 휩싸였다. 히가시노 아쓰코 쓰쿠바대 교수는 “트럼프 정권에서는 미국에 과도한 기대를 걸기 어렵다는 점이 분명해졌다”며 “유럽이나 일본도 미국 없이 생존할 수 있도록 상당한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외 언론들은 미국과 러시아의 밀착 행보를 안보 동맹 불안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이 ‘노르트스트림2’을 재가동하기 위해 미국에서 투자를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노르트스트림2는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 파이프라인으로 2021년 완공됐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멈춰 있다. CNN 역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단순히 돈 문제를 넘어 미국과 러시아 관계의 근본적인 재정립과 관련이 깊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소속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은 “백악관이 크렘린의 한 부분이 됐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안보 지원 가능성은 줄어드는 반면에 러시아의 핵무기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세계 주요국의 핵우산 시스템 재정비 여론을 부추기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조약(신START)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미러 간에 유일하게 남는 핵군축 조약으로,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 5년 연장됐다. 다만 재연장 규정은 없고 내년 2월에 효력이 사라진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당시 ‘나쁜 거래’라고 비판한 바 있다. 미국 싱크탱크 군비통제협회의 대릴 킴볼 사무총장은 아사히와의 인터뷰에서 “조약 만료까지 남은 시간은 많지 않고 만료 기한을 늘리는 새로운 합의는 어려울 것”이라며 “효력 상실 후 미국과 러시아는 핵무기의 실전 배치를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세계 질서가 강대국이 대치하는 2차 세계대전 이전과 같은 모습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세계 질서를 구상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이 모든 것은 강대국 간 경쟁과 균형으로 대변되는 2차 대전 이전의 모습으로 복귀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용감한 신세계가 아닌 위험한 옛 세계로의 회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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