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열외에도 불구하고 재건축을 앞둔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의 아파트 몸값이 뛰고 있다. 매매 거래가 활발해지자 기존 주택을 팔고 미래 가치가 높은 곳으로 이동하려는 실수요자 중심의 ‘도미노 갈아타기’ 현상이 나타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매도 호가가 높아진 만큼 당분간 숨 고르기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76㎡와 82㎡는 각각 32억 5000만 원, 37억 원에 매매 거래됐다. 이는 약 한 달 새 2억 원 뛴 금액이다. 두 주택형 모두 신고가로, 아직 실거래가 신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매도 호가는 각각 35억 원, 39억 원이다. 매수자들은 ‘엘리트(잠실엘스·리센츠·트리지움)’ 등 인근 구축 단지 거주자로 전해졌다. 송파구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달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발표 후 일주일 동안 잠실주공5단지에서만 10건이 넘는 매매 거래가 이뤄졌다”며 “매수자의 대다수는 잠실동 일대에 거주하는 실수요자들”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2일 잠실·삼성·대치·청담 등 일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구역에서 해제되면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가 가능하다.
다만 집값 급등을 우려해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곳은 해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대표적인 곳이 지하철 2호선 잠실역 인근에 위치한 잠실주공5단지와 ‘장미1·2·3차’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들 단지의 가격이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지만, 오히려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장미1차 매매 매물 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발표 직전인 2월 11일 64건에서 이날 30건으로 50% 이상 줄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제외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단지 몸값이 뛰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미래가치가 꼽힌다. 잠실주공5단지는 3930가구에서 6491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평균 용적률은 138%에 불과해 사업성이 높다는 평가다. 특히 현재 재건축 8부 능선으로 불리는 사업시행계획인가 신청을 준비 중인 것도 매수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투기과열지구에서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한 후에는 10년 이상 보유, 5년 이상 거주한 1가구 1주택자가 내놓은 집을 사야만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잠실장미1·2·3차는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최고 49층, 4800가구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인근 단지의 가격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송파구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리센츠’ 전용 84㎡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발표 직후 31억 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마지막으로 신고된 실거래가는 27억 700만 원(2월 17일)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잠실주공5단지와 같은 재건축 추진 단지는 일명 ‘엘리트’보다 3억~4억 원 높은 가격을 유지해왔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촉발된 준신축 단지 몸값 상승이 결국 과열 우려로 해제 대상에서 빠진 곳들의 가격까지 올려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잠실 대표 재건축 단지들의 진입 장벽이 높아지자 송파구 방이동·문정동에서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아파트들의 매도 호가도 덩달아 뛰고 있다.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전용 83㎡ 호가는 올해 초 23억 원에서 현재 25억 원으로 상승했다.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전용 84㎡도 같은 기간 호가가 19억 원대에서 21억 원까지 올랐다. 올림픽선수기자촌의 매매 매물 수는 지난달 12일 92건에서 이달 40건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2월 서울 송파구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이날 기준 148건을 기록했다. 거래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인 것을 고려하면 300건을 넘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올해 1월 거래량은 297건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강남구 매매 거래량도 154건으로 전월(190건) 거래 건수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남혁우 우리은행WM영업전략부 연구원은 "다만 호가가 단기간에 급등한 만큼 당분간 연초보다 매수세가 약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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