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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팔의 사나이'…"63년간 2주마다 헌혈" 240만 아기 생명 구하고 영면

사진 제공=호주적십자혈액원




평생에 걸쳐 1173회의 헌혈로 240만 명이 넘는 아기들의 생명을 살린 호주 남성이 88세로 숨을 거뒀다고 영국 BBC 방송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60년 가까이 헌혈을 통한 생명 나눔을 실천해 ‘황금 팔의 사나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제임스 해리슨이 지난달 17일 향년 88세를 일기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한 요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해리슨은 14세 때 흉부 수술을 받던 도중 수혈을 받았던 것을 계기로 이후 자신도 다른 이들에게 헌혈을 하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그가 했던 혈장성분헌혈은 2주에 한 번씩만 가능했던 탓에 그는 2~3주마다 헌혈을 지속하면서 호주의 관련 규정에 따라 헌혈이 금지되는 81세까지 총 1173차례 헌혈을 했다.

해리슨은 2005년부터 2022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혈장 헌혈을 한 사람이라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BBC는 전했다. 그는 이같은 공로로 1999년 호주 정부로부터 훈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해리슨이 헌혈에 매진한 것은 자신 역시 헌혈의 수혜자라는 이유뿐만이 아니다. 그는 헌혈 과정에서 자신의 혈액에 ‘신생아 용혈성 질환’의 원인이자 치료제인 희귀 항체 ‘항-D 항체’(Anti-D)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신생아 용혈성 질환은 산모의 적혈구가 태아의 적혈구와 맞지 않을 때 발생한다. 산모의 면역체계가 태아의 혈액 세포를 위협으로 인식해 공격하게 되며 1960년대 중반 Anti-D 치료법이 개발되기 전에는 진단받은 아기 2명 중 1명이 사망할 만큼 심각한 질환이었다.

호주 적십자 혈액원에 따르면 호주에는 해리슨과 같은 Anti-D 혈장 기증자가 200여 명가량 있다. 이들은 매년 4만5000여 명의 산모와 아기의 목숨을 살리고 있다.

해리슨의 딸 트레이시 멜로우십과 손자 2명도 Anti-D 치료법의 혜택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멜로우십은 “아버지는 큰 비용을 들이거나 고통 없이 많은 생명을 구한 것을 자랑스러워하셨다”면서 “아버지는 ‘네가 구한 생명이 바로 네가 될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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