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 미국에서 굵직한 뉴스가 쏟아졌습니다. 우선 TSMC가 미국에 1000억달러(약 143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애리조나에 2개의 공장을 추가로 짓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가 4일(현지 시간)부터 부과될 것이고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사실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는 미국의 물가를 가장 직접적으로 올리는 요소이기 때문에 현실화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죠.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면서 3월 12일의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4월 2일 상호관세 등이 모두 ‘현실화할 수 있는 위협’으로 다가오게 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10%의 추가 관세도 역시 4일부터 발효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3대 지수는 모두 급락 마감했습니다.
트럼프 “美 반도체 점유율 40%로”
우선 TSMC의 대미투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오후 백악관에서 TSMC 최고경영자(CEO) C.C. 웨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함께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웨이 CEO는 이번 투자 결정이 이미 진행 중인 미국 내 TSMC 투자액인 650억달러와 별개라며 향후 수천 개의 새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TSMC는 2020년 애리조나에 12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고 이후 총 투자액은 650억달러까지 늘어났습니다. TSMC는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법 정책으로 65억달러의 보조금을 받기로 돼 있습니다.
이날 러트닉 장관은 TSMC가 바이든 행정부 때의 반도체법으로 약 10%의 보조금을 받고 투자를 하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 때는 투자 규모가 1000억달러로 늘었고 관세를 피하기 위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자랑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 정책으로 보조금 지출 없이도 더 큰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냈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TSMC는 현재 3개의 공장을 지었거나 건설 중인데, 이를 5개로 늘립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인공지능(AI) 반도체가 미국에서 만들어질 것을 의미한다"며 "이 투자와 우리가 진행 중인 몇 가지 거래를 통해 우리는 시장의 40%에 근접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정확한 출처를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 때 미국은 보조금을 통해 2030년까지 전세계 반도체 생산 점유율을 현 10% 미만에서 최대 2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 수치를 40%까지 끌어올리게 됐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나바로 “트럼프, 흔들리지 않을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이 관세를 4일부터 부과하겠다고도 말했습니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멕시코, 캐나다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너무 높고, 관세를 실제 부과할 경우 미국 내 물가가 급등해 결국 트럼프 대통령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므로 강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죠. 반면 애덤 포센 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은 최근 방미한 우리 정부 고위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관세는 무조건 부과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감세에 따른 세수 펑크를 메우려면 관세에 의한 세수입이 필요하다는 논리였습니다. 일단은 포센 소장의 말대로 결국 관세는 부과되게 됐습니다.
관세 폭탄을 설계한 사람이죠. 피터 나바로 백악관 고문은 CNBC에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효과는 작을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한 미국, 번영하는 미국, 실질 임금이 오르고 공장 일자리가 되돌아 오는 미국을 위해 이 길을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단기적 물가 상승 압력은 있을지 몰라도 미국 제조업 부활을 위해서 이 길을 택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4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10%의 관세를 추가하는 안건에도 서명을 했습니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중국에 대한 관세는 20%포인트가 올라가게 됩니다.
WSJ “美 자동차 평균 가격 3000달러↑”
이에 따라 멕시코, 캐나다에 공장을 건설해 미국 시장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우리 기업에도 불똥이 튀게 됐습니다.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포스코,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한국 자동차와 가전제품, 배터리 업체들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공장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 시장에서 우리 기업과 경쟁하는 미국, 일본 기업들도 멕시코와 캐나다에 공장을 갖고 있어 우리만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관세 폭탄이 현실이 되면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분주한 움직임이 예상됩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자동차 업체도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부품을 조달하기 때문에 미국 자동차 가격이 평균 3000달러 인상될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시장은 흔들렸습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1.76% 내린 5849.72에 장을 마쳐 올 들어 최대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다우지수는 1.48%, 나스닥은 2.64% 미끄러졌습니다. 종목별로는 엔비디아가 8.7% 미끄러졌고 브로드컴도 6.1% 내렸습니다. 멕시코, 캐나다에 공급망을 구축해온 제너럴모터스(GM)은 3.6%, 포드는 1.7% 하락했습니다. FWD본즈의 수석 경제학자 크리스 럽키는 "주식 시장이 변화를 견뎌낼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어떤 식으로든 관세는 경제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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