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A사는 미국 신정부 출범 이후 관세 조치로 근심이 깊었다. 2월 발표된 철강·알루미늄 25% 추가 관세 행정명령으로 미국 수출 피해가 우려돼서다. A사는 KOTRA ‘관세 대응 119’의 문을 두드렸고, 다행히 해당 품목은 25% 관세 대상이 아님을 확인받을 수 있었다. 상담을 통해 미국 정부 발표의 근거 자료까지 전달받은 A사는 미국 바이어에게 해당 문건을 즉각 전달하고 차질 없이 수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부의 ‘범부처 비상 수출 대책’ 발표와 함께 KOTRA는 우리 기업의 관세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같은 날 즉각 서비스를 개시한 관세 대응 통합 상담 창구인 ‘관세 대응 119’에는 기다렸다는 듯 나흘 만에 약 200건에 달하는 상담이 쇄도했다. 지난해 대비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해외 현지 정보력이 약한 중소 수출기업에는 무역 환경의 거친 풍랑을 헤치고 나아갈 방향을 함께 논의할 ‘길잡이’가 필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글로벌 경제 질서가 자유무역에서 경제안보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공급망 재편, 통상 대응 등 국가 안보적인 요소가 경제성장과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는 교역 여건의 변화를 엄중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두고 경제·산업을 보호하는 주요국 틈새에서 우리도 민관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 치밀하게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순발력 있게 움직여야 한다.
KOTRA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따라 수출과 투자 유치 같은 전통적인 무역 투자 진흥 업무에 더해 최근 공급망 안정화, 경제 통상 대응, 첨단산업 해외 인재 유치와 같은 경제안보적인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경제안보를 지킨다는 시대적 사명을 바탕으로 한발 앞서 우리 기업의 수출길을 지키는 버팀목이 되고자 한다. 우선 수출기업을 위한 관세 대응에 전력을 다할 것이다. 관세 부과로 피해가 예상되는 중소 수출기업 전용 수출 바우처를 신설하고, 해외무역관이 현지 컨설팅 기업과 협업해 업종별 관세 대응 컨설팅을 제공한다. 또 국내외 물류 전담 조직을 설치해 중소기업의 물류 애로를 선제적으로 해결할 계획이다. 해외 진출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중국 등 주요국 20개 무역관에 헬프데스크도 마련했다. 관세 대응 119와 연계해 관세 대상 품목 여부 판단, 피해 가능성, 대체 시장 발굴 등을 종합 지원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철강·자동차·바이오 등 업종별 협회·단체,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해 산업·지역별로 ‘찾아가는 관세 대응 릴레이 설명회’도 진행 중이다.
현안 대응과 함께 새로운 수출 활로를 모색하는 것도 중요하다.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개발도상국)를 중심으로 대체 시장을 찾고자 멕시코와 조지아에 2개 무역관을 신설하고, 주요 산업별 7대 거점 무역관을 지정해 프로젝트 발굴을 추진한다. 중동은 에너지 인프라를, 중남미는 방산 수출 지원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은 한류를 활용한 맞춤형 소비재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경제안보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외풍에도 민첩하게 일어설 수 있는 유연함이다. 우리 기업과 경제가 흐린 날들을 굳건히 견뎌내고 유연하게 대응해나갈 수 있도록 KOTRA는 경제안보의 버팀목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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