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이 됐든 상법이 됐든 법 개정을 추진하는 배경은 국내 증시의 밸류업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대주주 이익을 위해 소수주주의 이익이 침해되는 문제점을 막기 위한 해법으로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더불어민주당이 미는 상법 개정안의 경우 문제의 원인을 해소하기에는 ‘과잉 규제’ 성격이 강하다는 데 있다. 당장 적용 대상이 100만여 곳에 달한다. 비상장사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비상장사가 전자주총을 의무화하고 이사가 주주충실의무를 생각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불필요하다는 게 정부와 국민의힘의 입장이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 전체로 확대하는 것도 주주의 이익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이사의 손발을 묶는 조항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재계에서는 그간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송 남발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를 해왔다.
이 대표조차 이런 상법 개정안의 폐해를 알면서도 이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 대표는 최근 한 경제전문 유튜브에 출연해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민의힘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무위원회 소관 법안”이라며 “여당이 말로는 자본시장법을 밀면서도 속내는 통과 의지가 없기에 법제사법위원회 소관 법안인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래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는 게 더 낫다”며 “많은 이해관계자, 특히 소액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니 상장회사 대상으로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했는데 여당이 상임위원장인 정무위가 담당 상임위라서, (여당은) 일단 안 하고 본다”며 상법 개정의 책임을 여당에 돌렸다.
실제 민주당은 4일에도 주식 투자자 간담회를 열고 이사 충실의무 확대와 전자주주총회 도입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다음 본회의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27일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 상정을 앞두고 여야 간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국회의장의 판단 때문에 최종적으로 상정돼 처리되지 못했다”며 “개미 투자자에 진심이라면 (정부와 여당은) 상법 개정에 이제라도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기형 의원도 “국회의장이 다음 본회의에는 반드시 상정해 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경영계는 상법 개정안이 기업 밸류업과는 관계없이 기업 혁신을 막을 뿐만 아니라 각종 소송 리스크에 노출된 국내 기업이 단기 차익을 추구하는 해외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합병·분할 등에 대한 핀셋 규제를 적용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면 밸류업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박건영 KB증권 연구원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주주간 이해상충 문제가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야당의 국회 본회의 강행 처리에도 실제 실행은 미지수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거부권으로 맞대응할 태세라 실익은 없이 기업과 투자자의 혼선만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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