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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비만약 나왔지만…처방 중단율 45%” 이유 알고보니

대한비만학회 4일 설문조사 결과 공개

‘세계 비만의 날’ 맞아 정책간담회 열어

대한비만학회가 공개한 설문조사의 주요 결과. 사진 제공=대한비만학회




의료진 10명 중 9명 꼴로 비만 치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적극적인 진료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높은 치료 부담 등 정책적인 한계로 인해 효과적인 비만치료제가 등장했음에도 약물중단율이 절반에 육박한다는 지적이다.

대한비만학회는 4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우리나라 임상적 비만병 실태 및 사회경제적 부담-효과적 관리를 위한 정책적 대응 전략’을 주제로 정책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학회가 '세계 비만의 날'(3월 4일)을 맞아 2월 7~12일 의료진 404명과 일반인 1000명을 대상으로 비만 진료 및 관리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의료진의 90%는 비만치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95%가 지속적인 치료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나 적극적으로 진료하고 있는 비율은 68%로 턱없이 못 미쳤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글루카곤 유사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는 작년 10월 국내 출시 직후 4주분에 40만 원 안팎의 고비용에도 품귀현상이 빚어질 정도로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전 세계 유명 인플루언서와 셀럽들의 체중 감량 비결로 입소문을 타면서 '꿈의 비만 치료제', '기적의 다이어트약' 등의 수식어까지 생겨났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의료진의 83%는 운동이나 식이조절만으로 비만 치료가 어렵고, 효과가 검증된 비만치료제 사용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비만 치료가 필요한 는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비만치료제를 처방하는 편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63%에 그쳤다. 비만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비만 치료를 권하지 않는 이유로는 '비만 치료제가 비싸서 환자들의 비용 부담이 크다'는 응답이 66%로 가장 많았고 '외래 환자 진료 시간 부족'(57%), '영양 및 운동상담 등 상담 교육수가가 없음'(55%) 등의 순이었다. 비만 환자를 진료하는 데 상당히 긴 시간이 소요되지만 적절한 상담수가가 없고 치료비 부담이 크다보니 진료 현장의 어려움이 크다는 점을 짐작케 한다.



대한비만학회가 공개한 설문조사의 주요 결과. 사진 제공=대한비만학회


조사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종합병원의 비만치료제 처방 중단율은 45%로 2022년 36% 대비 9%포인트 증가했다. 개원의의 경우 약물치료 중단율은 그보다 낮은 42%로 조사됐지만 2022년 대비 증가폭은 10%포인트로 그보다 높았다. 약물 치료를 중단하는 가장 큰 이유를 물었을 때 '가격이 부담스러워서'라고 응답한 비율이 41%였다. 이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에서도 유사했다. 체질량지수(BMI) 기준 과체중 이상인 만 20~59세의 남녀 1000명에게 병원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을 때 응답자의 56%는 '비용이 부담된다'고 답했다. 비만 치료제의 총 사용 기간의 경우 '1개월 이상~6개월 미만'이라는 응답이 49%로 가장 많았고 '2년 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4% 뿐이었다. '환자의 비용 부담'이 지속적인 비만 치료의 가장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의료진(68%)과 일반인(60%)의 상당수는 환자의 부담을 낮추고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효과를 유도하기 위해 비만 치료의 급여 확대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구체적으로는 BMI 30kg/㎡ 이상이거나 BMI 27 30kg/㎡ 이상이라도 동반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보험급여를 우선 적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47%로 가장 많았다.

다만 실제 비만 치료에 대한 임상적 필요성과 일반인의 인식, 진료 현장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정책적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역학연구가 시행돼야 하고 일차의료를 중심으로 포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비만 진료 및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등 정책적 지원을 통해 비만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한편, 비만관리 종합 법률 제정을 기반으로 전문가와 보건당국이 협력해 장기적인 비만관리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민선 대한비만학회 이사장(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비만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의료적 접근이 필요한 질환이자 신체기능의 이상을 직접적으로 유발하는 만성질환 그 자체"라며 "비만 치료의 대상을 명확히 하고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의료 환경 개선과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만치료 급여화 확대, 의료진 교육 강화, 질환 데이터의 통합적 관리를 통해 보다 체계적인 비만병 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오늘 간담회에서 제언한 정책 과제를 바탕으로 정부에 비만관리법 제정 및 종합관리대책 수립 등 대한민국의 효과적인 비만관리 및 비만치료 제도 개선을 위해 앞장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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