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에 최대한 신중 모드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국무위원들이 마 후보자 임명에 따른 변수가 산재한 상황에서 임명을 서둘 필요가 없다는 조언을 했고 최 권한대행이 이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최 권한대행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위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마 후보자 임명 문제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국무위원들은 대체로 “마 후보자 임명에는 숙고할 변수들이 많다”며 “서둘러서 임명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참석자 모두가 ‘마 후보자 임명에 숙고해야 할 점이 많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최 권한대행은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들은 뒤 ‘따르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국무위원들이 마 후보자 즉각 임명에 난색을 표한 건 국정 전반에 몰고 올 파장을 감안한 조치로 분석된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선고 만을 남겨둔 가운데 마 후보자가 새로 임명될 경우 불필요한 갈등의 불씨가 점화될 우려가 제기돼왔다. 특히 헌재가 ‘최 권한대행의 마 후보자 미임명은 권한 침해’라면서도 ‘임명 강제’ 요구는 각하한 점도 법리적 부담을 덜어줬다는 평가다.
이르면 이번 주 나올 수 있는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심판 선고 결과를 지켜보는 게 먼저라는 기류도 감지된다. 한 총리의 복귀 가능성이 열려 있는 가운데 마 후보자 문제는 한 총리 몫으로 남겨두는 게 순리라는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정치권의 대치 정국은 격렬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 권한대행을 향해 “헌정 질서 파괴에 일조한다”며 “9급 공무원도 이렇게 막 나가면 중징계를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반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마 후보자 임명은 절대 불가하다”며 “헌법재판관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 권한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미국발 자국 우선주의가 전 세계를 뒤흔들며 국제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며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냉혹한 국제 질서를 절감하는 요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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