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업체인 도이체방크가 ‘미국 달러가 안전자산의 지위를 상실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았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관세 드라이브와 유럽에 대한 안보 지원 축소 행보가 달러에 대한 약세 추세를 촉발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도이체방크의 글로벌 외환 전략 책임자인 조지 사라벨로스는 이날 내놓은 고객 메모에서 “우리는 이를 가볍게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라며 “하지만 세계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규모와 속도가 너무 크고 빨라서 이를 가능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우려는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10% 추가관세,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관세(석유제품은 10%)를 부과하며 시장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나왔다. 특히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지수는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28일 107.61에서 관세 부과가 공식화된 3일 106.75로 하락했다. 이날 현재는 106.15에서 거래되고 있다. 통상 관세는 강달러의 요인으로 꼽히지만 이번에는 반대의 움직임을 보였다. 사라벨로스 책임자는 “(관세 이후) 시장 반응에서 두드러지는 점을 달러가 강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연초까지 예상하지 못했던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도이체방크는 미국 무역적자 증가 흐름, 유럽의 방위비 확대 노력 등을 달러 가치를 낮추고 유로화는 높이는 요인으로 언급했다. 사라벨로스 책임자는 “미국의 역할에 있어 두 기둥, 즉 유럽에 대한 안보 뒷받침, 규칙에 기반한 자유 무역에 대한 존중은 이제 근본적으로 도전받고 있다”며 “모든 것을 종합해보면 우리는 달러에 대한 더 광범위한 약세 추세가 전개될 가능성에 더 열린 마음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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