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인공지능(AI) 발전에 따라 세워지는 빅테크의 지분을 전 국민에게 나눠주고 군 병력을 AI로 대체하자는 등의 구상을 거론했다. 이 대표는 2일 유튜브 대담을 통해 “엔비디아 같은 회사가 (한국에) 생겨서 70%는 민간, 30%는 국민 모두가 나누면 굳이 세금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라며 AI 투자로 발생하는 생산성 일부를 국민들이 나눠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또 “수십만 청년들이 왜 군대 막사에 앉아 세월을 보내나. 결국 다 드론·로봇·무인으로 갈 텐데 국방을 AI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기 대선을 노리는 이 대표가 AI 기업의 지분 배분과 병력 대체 등 표심을 자극할 수 있는 화두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AI 산업의 경쟁력 제고가 매우 중요하지만 현재 존재하지도 않는 AI 기업의 지분 공유를 거론하면서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국민들을 호도하는 것이다. 게다가 저출생으로 갈수록 병력 자원이 줄고 있는데 병력 축소 등을 시사하는 것은 안보 현실을 외면한 것으로 매우 위험하다. 또 민간 기업의 지분을 전 국민에게 배분한다는 것은 반(反)시장·반기업적인 발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AI 꿈’을 거론하는 민주당이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거대 야당은 첨단 기술 개발에 필수인 ‘주52시간 근무제 예외 적용’에 반대해 AI·반도체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작 기업들의 규제 혁파 요구는 외면한 채 AI 시대에 대한 기대감만 부풀리려 한다면 표를 얻기 위한 ‘AI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 기술 대전환 시대에 ‘AI 강국’으로 살아남으려면 초격차 기술 개발과 고급 인재 육성을 위한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경쟁국들의 인재들은 최고 대우를 받으며 밤샘 연구에 몰두하는데 우리 기업들은 주52시간제 족쇄에 묶여 있다면 ‘K엔비디아’를 만들기는커녕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민주당은 거창한 ‘AI 이상론’으로 국민을 현혹시키지 말고 연구개발(R&D) 인력에 주52시간제 예외 적용을 허용하는 반도체특별법 처리부터 협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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