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발칸반도에 있는 국가 세르비아 의회 의사당에서 4일(현지시간) 연막탄과 최루탄이 폭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회의원 3명이 부상을 입었고, 이 중 1명은 중태에 빠졌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 있는 의사당 내부에서 야당 의원들이 연막탄과 최루탄을 투척했다.
아나 브르나비치 의회 의장은 야당을 “테러리스트 집단”이라고 비난하며 집권당인 세르비아진보당(SNS) 소속의 야스미나 오브라도비치 의원이 뇌졸중으로 중태에 빠졌다고 밝혔다.
이날 의원들은 대학 교육을 위한 기금을 늘리는 법안에 대해 투표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야권에선 이 회기가 불법이며 밀로스 부세비치 총리와 그의 정부의 사임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밀로스 부세비치 세르비아 총리는 기차역 지붕 붕괴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 1월28일 전격 사임했다. 세르비아 법에 따르면 총리의 사임은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30일 안에 새 정부를 구성하거나 조기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
야당은 총리가 공석이기 때문에 현 정부가 새로운 법안을 통과시킬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며 의사 진행을 방해했다. 극심한 의견 대립이 이어졌고, 야당이 회기 시작 약 1시간 뒤 “세르비아가 봉기해 정권이 무너질 것”이라는 현수막을 걸면서 난동이 시작됐다. 의회 의사당 밖에서는 시민 수백 명이 모여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이번 사건은 세르비아에서 넉 달째 계속되는 반부패 시위로 인한 정치적 위기를 반영한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지난해 11월 1일 세르비아 제2의 도시 노비사드의 기차역에서는 콘크리트로 된 길이 35m 야외 지붕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15명이 사망하고 2명이 사지를 절단해야 하는 중상을 입었다.
1964년에 건설된 이 기차역은 2021년부터 2024년 7월까지 중국 국영기업 컨소시엄이 보수공사를 했으나, 다시 문을 연 지 4개월도 되지 않아 무너져 세르비아 국민에게 큰 충격과 분노를 안겼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은 이 역의 보수 공사가 진행 중이던 2022년에 총선을 앞두고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를 초청한 가운데 이름뿐인 ‘재개통’ 행사를 열기도 했다. 참사 이후 여론은 부실 보수공사의 원인으로 정계의 부정부패, 직무 태만, 족벌주의를 지목했다.
국민적 분노와 책임 추궁에도 정부가 보수공사 관련 문서를 공개하지 않는 등 진실을 은폐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오히려 시위 참가자를 체포하면서 강경하게 진압하자 대학생까지 가세해 넉 달째 대규모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부치치 대통령은 반부패 시위에 대해 대학생들이 외국 정보기관의 돈을 받고 폭력으로 체제 전복을 시도하고 있다며 조기 총선 실시와 사임 요구를 모두 거부하고 있다.
세르비아는 총리에게 권한이 있는 의원내각제이지만 실권자는 부치치 대통령이다. 2014년 총리직에 오르며 권좌에 오른 그는 2017년과 2022년 대통령으로 연속 당선되면서 권위주의적 통치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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