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 메루카리가 저가 스마트폰 사업을 시작하면서 사용자 간에 데이터를 사고 팔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중고매매라는 본업의 강점을 살려 성장하는 새 시장으로 확장을 모색하는 움직임이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메루카리는 통신사 NTT 도코모의 회선을 임대해 '메루카리 모바일' 서비스를 4일 시작했다.
통신 사업 진출은 IT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메루카리 경제권'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메루카리의 스마트폰 결제 서비스 '메루페이'는 현재 '페이페이', 'd페이' 등 경쟁사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다양한 서비스와의 연계를 내놓지 않으면 경쟁할 수 없다"며 통신 서비스를 통해 고객 기반을 다지고, 수집된 데이터로 서비스를 개선하는 방식이 앞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루카리 모바일은 월 990엔(2GB), 2390엔(20GB) 등의 요금제를 제공하며 메루카리 애플리케이션 상에서 데이터를 거래할 수 있다.
개인간 데이터 거래는 일본 최초다. 예컨대 월 1GB의 데이터가 남은 사용자는 이를 판매 등록하고, 이미 계약된 데이터를 모두 사용해 추가로 필요한 사람에게 앱 내에서 팔 수 있다. 1GB 단위로 매매할 수 있으며 1회 거래당 최소 200엔부터 시작해 최대 500엔까지 가격을 매길 수 있다. 메루카리는 이 과정에서 판매 가격의 10%를 수수료로 챙긴다.
다만 일본 최초로 시도되는 서비스인 만큼 실제 유통량이 어느 정도가 될지는 미지수라는 점 등 불확실 요소도 존재한다.
이번 사업에서 메르카리는 새 스마트폰은 판매하지 않는다. 기존 자사 중고 거래 앱에서 거래되는 중고 스마트폰의 구매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신제품 판매 대신 중고 스마트폰과 통신 서비스를 연계함으로써 자사의 핵심 사업 유통 총액을 높이려는 의도다.
최근 소비자 동향을 반영한 전략이기도 하다. 스마트폰 가격을 비롯한 물가의 전반적인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절약 의식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메르카리는 지난달 출시된 애플의 'iPhone 16e' 기본 모델 가격이 9만9800엔으로 이전 버전보다 1.6배 상승한 상황에서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한 조사 회사에 따르면 2023년도(2023년 4월~2024년 3월) 중고 스마트폰 판매 대수는 전년 대비 17% 증가한 272만8000대로 5년 연속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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