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 담합(카르텔), 부당 지원 사건을 공소시효 만료 직전에야 고발하는 일이 반복되자 검찰이 강력한 재발 방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의 법정형을 상향해 공소시효를 현행 5년에서 7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 12일 시스템 가구 담합 사건 가운데 공소시효가 1주일 남은 일부 사업체를 고발장에서 제외한 채 검찰에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은 2012년부터 2022년까지 동성사·한샘 등 20개 가구 업체들이 190건의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자를 정하는 방식으로 담합을 벌인 사례다. 일각에서 공소시효가 임박해 일부 업체들이 제외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공정위는 “위원회에서 결정한 사항”이라며 구체적인 사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방건설의 계열사 부당 지원 사건도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공정위는 2022년 4월 대방건설이 총수 일가 소유 기업에 공공택지를 넘겨 부당 지원한 혐의로 조사를 시작했지만 올해 2월 18일이 돼서야 검찰에 넘겼다. 그러나 6건 중 5건은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됐고 남은 1건(화성 동탄2지구 택지 전매) 역시 공소시효가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공정위는 지난해 8월 2일에도 공소시효 5개월을 남기고 삼표그룹 계열사 부당 지원 사건을 검찰에 고발했다. 2021년 10월 조사를 시작한 지 약 2년 10개월 만이다.
이처럼 늦장 고발이 거듭되자 검찰은 최근 공정위와의 공정거래실무협의회에서 공정위의 행태가 수사에 지장을 초래한다며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입찰 담합 사건은 기업들이 증거를 치밀하게 숨겨 충분한 수사 기간이 없으면 처벌이 어렵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검찰은 이 자리에서 공정위의 늦장 대응이 ‘직무유기’에 해당할 소지가 있으며 감사원에 감사 청구를 검토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라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공정위가 최소 1년 전에 고발했어야 했지만 공소시효 직전에 넘기면서 핵심 인물 조사가 어려워지고 그사이 기업들이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 또한 커진다”며 “이런 관행이 예전부터 있었지만 최근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 역시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을 고발하는 것은 공정위의 보여주기식 조치”라며 “이런 사례가 반복되면 법 집행의 신뢰가 흔들리고 기업들도 장기간 법적 위험에 노출돼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검찰의 요청에 따라 공정위는 늦장 고발 문제의 재발을 막기 위해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의 법정형 상향과 공소시효 연장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기업 담합, 부당 지원 등의 법정형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 벌금이다. 형사소송법 제249조에 따르면 법정형이 5년 미만이면 공소시효는 5년으로 제한된다. 이에 따라 법정형을 5년 이하 징역으로 높이면 공소시효가 자동으로 7년으로 연장돼 문제가 일부 해소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신고 접수가 늦어지는 등 사건 인지가 지연되면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며 “공소시효 연장에 대한 의견이 제기돼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향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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