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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3명은 부모·자녀가 신청하지만…인정어려운 ‘자살 산재’

직장갑질119·용혜인 의원, 자살산재 토론회

승인율 41%…유가족, 업무 입증어려움

신청 가족 보면, 배우자 > 부모 > 자녀 순

유가족 신청 탓에 부실자료→산재 불승인↑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마포대교에 높은 울타리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장종수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 사무처장은 노무사 수습 시절 겪었던 한 상담 이후 자살 산재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당시 상담을 요청한 망인의 처남은 망인이 국가기관 연구원으로서 관리자급으로 매주 60시간 넘게 일했다고 설명했다. 처남은 망인과 비슷한 업무를 해 자주 술을 마시면서 망인의 업무 스트레스와 과로를 들었다. 망인이 직장 또는 업무 상 문제일 경우 인정되는 자살 산재가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망인의 자살 산재는 신청도 이뤄지지 못했다. 당시 경찰은 망인의 결정을 가정문제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장 사무처장은 “망인의 자녀에게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어 (산재 승인을 위한) 소통을 할 수 없었다”며 “자살 산재의 은폐율은 훨씬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살 산재 승인이 너무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 망인이 아니라 유가족이 산재 신청을 해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일차 원인으로 꼽힌다. 유가족이 망인의 자살을 직장 및 업무 문제로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장 사무처장은 5일 국회에서 직장갑질119와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가 연 ‘산재 자살 판정 현황과 개선방안 국회 토론회’에 나와 “유족은 자산 산재 신청을 하기 어렵다”며 “누락되는 자살 산재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 발제자인 정여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자살산재 신청건은 478건이다. 2023년의 경우 신청 건수는 85건으로 이중 41.1%만 승인됐다. 눈여겨볼 점은 자살사유서에 과로가 포함된 비율이 2021년 12.6%에서 2023년 34.1%로 3배 가량 뛰었다. 같은 기간 직장 내 괴롭힘도 15.4%에서 32.9%로 증가했다. 자살 산재로 인정될 수 있는 직장과 업무 문제를 겪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작년 전체 자살 건수는 13년 만에 최대로 올라 주춤했던 자살 산재 신청이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자살 산재는 다양한 가족 형태를 볼 때 신청과 입증 모두 어려움이 크다. 이 상황이 낮은 승인율로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장 사무처장은 “자살 산재 신청자의 평균 연령은 46.6세로 조사됐다”며 “만일 해당 연령대 망인이 미혼일 경우 70대 전후 부모가, 망인이 한부모라면 10대 전후 자녀가 산재를 신청해야 한다, 이들이 자살 산재를 신청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살 산재 신청이 가능한 유족 범위는 배우자, 자녀, 부모, 손자녀, 조부모 또는 형제자매다. 2019~2021년 자살 산재 승인 161건을 보면 신청자는 배우자가 71%로 가장 많다. 하지만 부모(22%), 자녀(7%)도 낮지 않다.

산재를 신청하고 승인을 기다리는 것도 난제다. 자살 산재는 신청 기간이 평균 419.9일로 정신질병 산재 신청 기간 261.9일을 크게 웃돈다. 하지만 망인이 유서를 남기지 않는다면, 자살과 업무 연관성을 입증하기 어렵다.

산재 승인 기관인 근로복지공단도 자살 산재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한다. 김용규 근로복지공단 서울의원 진료과장은 “자살 재해의 경우 다른 질병과 달리 공단 직원들의 재해조사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대리인이 없는 경우 청구인이 제출한 자료만을 근거로 조사가 이뤄져 자료 부실로 불인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용 대표는 “산재 자살 문제는 과로, 부당한 업무 환경, 사회적 안전망의 부족이 깊이 자리한다”며 “우리 사회의 직장 문화와 노동 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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